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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9 02:59 수정 : 2019.05.27 16:04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영화전문가 39명 선정에 참여
5월 한겨레 창간기념일 맞춰
‘100선’ 공개…연말까지 기사 연재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vTReEk_CoBQ

지난 100년 세상은 영화를 바꿨고, 영화도 세상을 바꿨다.

일부 이견이 있으나 한국 영화계는 1919년 10월27일 단성사에서 개봉한 김도산의 <의리적 구토>를 한국 최초의 영화로 본다. 그로부터 100년. 2019년 올해는 한국영화가 100돌을 맞이하는 해다. 서양 문물의 단편으로 호기심과 감탄의 대상이었던 영화는 이제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한 부분이 됐다. 한해 전체 영화 관객 수 2억명, 연평균 1인당 영화 관람 횟수 4회(2018년 기준) 등의 수치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겨레>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씨제이(CJ)문화재단과 함께 한국 영화사를 대표할 만한 작품 100편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창간기획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을 준비했다. 지난 2월 감독, 제작자, 영화제 프로그래머, 평론가, 영화사 연구자 등 전문가 39명으로 선정위원단을 구성했으며, 이들에게 1919년부터 2018년까지 개봉한 주요 영화 1200편의 목록을 제공하고 이 가운데 100편을 선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선정위원들의 목록을 취합해 지난 4~5일 이틀 동안 두 차례 ‘1차 오프라인 회의’를 열어 선정 기준과 선정 결과의 적합성 등을 논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 말 열리는 ‘2차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최종 100편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겨레>는 5월15일 창간기념일에 맞춰 100편 선정 결과를 공개하며, 연말까지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선정작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한국영화 100선’에 오른 작품 중 10편은 오는 10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100년 기획전’에서 상영돼 100년 동안 쌓인 한국인의 ‘감성 지층’을 스크린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마련된다.

‘한국영화 100년을 대표하는 영화 100선의 선정기준은 무엇일까? 시대성? 역사성? 흥행성? 작품성?’

<한겨레>와 씨제이(CJ)문화재단이 함께하는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 기획의 선정위원들은 지난 4~5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두차례의 ‘1차 오프라인’ 회의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두차례 모두 3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였다.

<한겨레>는 지난달 초 선정위원들에게 1919~2018년에 만들어진 주요 한국영화 1200편(2019년은 제외) 목록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영상자료원이 2013년 ‘한국영화 100선’ 선정 당시 수상기록·흥행 및 여러 요소를 고려해 뽑은 1천편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해당 연도 흥행 1~20위 목록, 국내외 영화제 수상·초청 목록, 영화잡지 <씨네21>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영화 1~10위에 포함된 영화 200편을 취합한 것이다. 선정위원 39명은 이 1200편을 기초로 각각 100편을 선정했으며, 1차 오프라인 회의는 이를 수합한 결과를 놓고 진행됐다. 선정위원장은 호선으로 이장호 감독이 맡았다.

<한겨레> 창간기획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 논의를 위해 선정위원들이 지난 4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모여 토론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100선 근본적 한계 인정해야…하지만 의미 충분” 회의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기준’이었다. “영화사적 의미, 사회적 의미, 당대 대중들에게 끼친 영향”(변재란) “작품성, 역사적 가치, 대중성”(길종철) “한국영화에의 기여도”(배창호) “대중과의 사회적 관계”(김봉석) “사회적 영향력, 장르적 영향력, 작품만의 특색”(엄용훈) “객관적 기록”(배장수) “내 마음을 흔든 영화”(이춘연) 등 다양한 잣대가 제시됐다. 선정위원들의 공통된 결론은 100년의 의미를 담아 100편을 선정하는 것이지 1~100등 순위를 가리고 공표하는 데 치중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한계도 지적됐다. 이장호 감독은 “영상자료원이 2013년 비슷한 작업을 했을 때도 객관성·공정성 논란이 있었는데 <한겨레>도 이런 근본적 한계를 인정하고 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감독·제작자·평론가·프로그래머·배우·연구자 등 영화계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골고루 참여하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100선을 뽑는 기획은 <한겨레>가 유일한 듯싶다. 심사위원 각자의 선정기준이 상호 보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짚었다.

■ ‘아리랑’ ‘만추’ 등 필름 유실된 작품 어떻게? 필름이 유실돼 원본 확인이 불가능한 영화들도 쟁점이었다. 정성일 평론가는 “원본이 유실돼서 부끄럽다는 의미에서 나운규의 <아리랑>(1926)과 통일될 날을 바라보며 북한에 있는 이만희의 <만추>(1966) 2편은 100선에 포함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원 평론가도 “민족주의와 작가 정신이 살아 있는 나운규의 <아리랑>이나 예술영화의 정점으로 불렸던 이만희의 <만추>와 <흑맥>(1965)을 비롯해 이규환의 <임자 없는 나룻배>(1932) 등은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인데, 제외하는 것은 이 기획의 역사성에 큰 흠결을 남길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100선에는 원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작품만 포함시키되, 필름이 사라진 영화는 중요하게 따로 기술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 소외된 여성영화·애니메이션 등 장르영화 그동안 영화사에서 소외됐던 여성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장르영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공유됐다. 남인영 동서대 교수는 “내가 선정위원 명단에 들어간 것은 여성영화 안배 차원이라 생각해 다소 편파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럼에도 1차 100편을 보니 상업영화를 비롯한 메이저 작품이 다수였다”고 짚었다. 조영정 여성영화인모임 이사는 “애초 선정위원에게 제시한 1200편 중에서 <로버트 태권 브이>(1976), <마당을 나온 암탉>(2011), 광주항쟁과 동두천 기지촌 문제를 제기한 <오! 꿈의 나라>(1989)와 88올림픽으로 인한 철거민 문제를 다룬 <상계동 올림픽>(1988)이 리스트에 없어 의외”라고 지적했다.

■ 친일·미투 등 논란에 휩싸인 작품들 친일이나 미투 논란이 불거진 감독의 영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논란거리였다. 안정숙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친일영화를 따로 뽑아 거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고, 심혜경 중앙대 전임연구원은 “<군용열차> <수업료> <반도의 봄> <집 없는 천사> 등 연구를 통해 ‘친일영화’로 명백히 드러난 작품은 최종 100편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재란 순천향대 교수는 “(미투로) 문제가 된 감독 작품은 모두 제외했다”고 밝혀, 김기덕 등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의 작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화두를 던졌다.

<한겨레>는 이번에 제기된 의견을 2차 리스트 선정에 반영하기 위해 애초 목록에 없던 독립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추가하는 등 보정 작업을 거치기로 했으며, 친일·미투 논란에 휩싸인 작품은 최종 100편에 선정될 경우 이에 관해 기사에 반드시 언급하기로 결정했다.

강우석(감독) 길종철(한양대 교수) 김도훈(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김동원(감독)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봉석(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우(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진(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김종원(영화사 연구자) 김형석(평론가) 김혜리(씨네21 편집위원) 남다은(평론가) 남동철(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남인영(동서대 교수) 배장수(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 배창호(감독) 변재란(순천향대 교수) 심재명(명필름 대표) 심혜경(영화사 연구자·중앙대 전임연구원) 안성기(배우·CJ문화재단 이사) 안정숙(인디스페이스 관장) 양경미(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엄용훈(삼거리픽쳐스 대표) 오동진(평론가) 윤성은(평론가) 이동진(평론가) 이명세(감독) 이장호(감독) 이춘연(씨네2000 대표) 임순례(감독) 전찬일(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 정상진(엣나인필름 대표) 정성일(감독 및 평론가) 정지욱(평론가) 조영정(여성영화인모임 이사) 주성철(씨네21 편집장) 최용배(청어람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허문영(시네마테크부산 원장)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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