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8 18:28
수정 : 2019.05.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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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 선정위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청암홀에서 2차 회의를 열어 선정작들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토론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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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평론가 등 전문가 39명
1차 투표 318편 중 100편 확정
독립·다큐·애니 등 고르게 담아
지면·온라인에 연말까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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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 선정위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청암홀에서 2차 회의를 열어 선정작들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토론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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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탄생 100돌을 맞아 <한겨레>가 씨제이(CJ)문화재단과 함께 진행 중인 창간기획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이 영화 100편 선정을 마쳤다. 감독, 제작자, 영화 프로그래머, 평론가, 영화사 연구자 등 전문가 39명으로 꾸린 선정위원단(위원장 이장호 감독)은 지난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2차 기획회의를 열어 한국영화 100편을 최종 확정했다.
앞서 1차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4~5일 1차 기획회의를 연 이후 2차 투표를 진행했다. 선정위원들이 각자 1차 투표 결과와 회의 내용을 반영해 추린 318편 중 100편을 꼽았다. 그 결과 동수 득표를 한 작품까지 모두 107편이 추려졌다. 이날 2차 회의에서 동수 득표로 100위권에 걸친 11편 중 4편을 고르는 현장 투표를 진행해 최종 100편을 확정지었다. <한겨레>는 5월 창간기념에 맞춰 100편 선정 결과를 공개하고, 연말까지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선정작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선정 결과를 두고 선정위원들 간에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변재란 순천향대 교수는 “선정 결과를 보니 장편 극 영화 중심이긴 해도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도 골고루 들어간 점이 좋다. 특히 몇몇 작품들을 보면 한국영화 안에서 독립영화를 재조명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선정된 영화들 가운데 1980년대 이후 작품이 큰 비중을 차지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었다. 영화사 연구자인 김종원 평론가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1900년대 이후 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데 한국영화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의 중요한 작품이 많이 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정숙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1970년대에 이런 작업을 했다면 60년대 영화에 대한 평가를 온전히 했을 텐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든 걸 담아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뒤 “앞으로 시네마테크, 회고전, 영상자료원 등을 통해 고전영화를 대중에게 꾸준히 노출하면서 10년 단위로 이러한 선정 작업을 계속해나가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영정 여성영화인모임 이사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영화가 많이 선정됐다는 건 한국영화의 발전이라는 의미에서 축하하는 동시에 과거 영화와 단절된 환경에 대한 반성도 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고전영화를 관객에게 보다 많이 소개해야 한다는 문화적 소명을 환기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고전영화뿐 아니라 필름이 유실된 영화, 친일 영화, 여성 영화, 배우와 스태프 등 한국영화 100년 역사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해줬으면 한다는 제안도 잇따랐다. 안정숙 관장은 “한국영화 100년을 축하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아파도 친일 영화를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일제가 영화 동원령을 내렸을 때 이를 거부하고 공사판에 들어가 영화를 안 만든 분들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성일 평론가는 “영화는 감독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다.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 영화 노동자들, 예술가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따로 다뤄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대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배우들의 역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나 거꾸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영화를 짚어주면 좋겠다는 제안도 나왔다. 길종철 한양대 교수는 “산업적인 면에서 1000만 영화를 비롯해 시대별로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본 흥행영화들을 짚어보면 당대의 시대상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100편 안에는 못 들었어도 한국영화의 검열제도 논쟁을 촉발했던 <거짓말> 상영과 같은 영화적 사건이라든지 중요한 사회적 사건과 공명했던 영화들도 주목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참석한 김동원 다큐멘터리 감독은 “수많은 영화 중에서 100편을 뽑는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결과를 불편부당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100편으로 볼 것이 아니라 누가 고르냐에 따라 제각기 다를 수 있는 리스트라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고 짚은 뒤 “이번 선정 결과와 별도로 독자들이 직접 100편을 뽑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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