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5 08:34
수정 : 2019.11.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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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흔히 ‘액션 장인’으로 알려진 이두용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세계의 축은 무속 영화다. <피막>은 욕망과 죽음, 복수의 모티프가 잘 어우러진 수작으로, 무속을 단순한 소재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삶과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메타포로 이용한다. <피막>은 임권택 감독 이전 한국영화를 서구에 알린 첫 작품으로, 베네치아영화제에 이어 칸영화제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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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CJ 문화재단 공동기획]
(95)<피막>
감독 이두용(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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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흔히 ‘액션 장인’으로 알려진 이두용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세계의 축은 무속 영화다. <피막>은 욕망과 죽음, 복수의 모티프가 잘 어우러진 수작으로, 무속을 단순한 소재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삶과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메타포로 이용한다. <피막>은 임권택 감독 이전 한국영화를 서구에 알린 첫 작품으로, 베네치아영화제에 이어 칸영화제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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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액션 장인’으로 혹은 ‘장르 영화의 해결사’로 지칭되지만, 이두용 감독의 업적 중 하나는 그가 1970년대부터 탐구해온 무속 영화의 흐름이다. 1977년 <초분>을 시작으로 <물도리동>(1979) <피막>(1981)으로 이어진 이 흐름은, 이후 <물레야 물레야>(1984)나 <내시>(1986) 등의 사극으로 넘어가며 이두용 영화의 중요한 자산을 이뤘다. 이 영화들의 핵심은 ‘인간’이며 그들은 시스템에 의해 억압당하는 희생자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한 테마가 장르적 매혹과 함께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피막>이다.
피막지기 삼돌이(남궁원)가 진사댁 며느리 이씨(김윤경)와의 관계 때문에 목숨을 잃고, 그의 딸인 옥화(유지인)가 무당이 돼 전말을 드러낸다는 내용의 <피막>은 욕망과 죽음과 복수의 모티프를 결합한 수작이다. 이 영화의 드라마투르기는 당대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밀도를 지니고 있었으며, 공들인 촬영이 만들어낸 뛰어난 영상미는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한다. <피막>은 이야기 구성의 기교가 아니라 어떤 톤이나 심리묘사를 통해 서사를 전달하며, 무속을 단순한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메타포로 이용하는, 깊은 내공을 지닌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영화를 서구에 본격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 이전, 이두용 감독은 이른바 ‘한국적인 것’을 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첫 감독이었고, <피막>은 베네치아영화제에 초청받아 감독 부문 특별상에 해당하는 상(ISDAP)을 받는다. 1980년대 유럽에서 서서히 일기 시작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의 시작엔 <피막>이 있었고, 서구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낯설면서도 인류학적 보편성을 지닌 고유성에 주목했다. 이후 이두용 감독은 <물레야 물레야>를 통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으며 최초로 칸영화제에 진출한 감독이 되었으며, 서구의 평단을 경유해 한국에서 재평가되는 작가 감독이 되었다.
김형석/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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