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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18:31 수정 : 2019.11.21 02:34

새 항로 찾아나선 저비용항공사들

4~8시간 싱가포르·하와이행 등
제주항공·진에어 운항 확대 나서
에어부산, 인도 델리행 노선 뚫기

외국 LCC 이미 장거리 운항 많아
먼 거리를 싼 비행기삯으로 가서
관광에 더 투자하려는 여행객 유치
국내 9개 업체들도 차별화 위해
장거리 노선 틈새시장 개척 움직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하늘길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편도 4시간 이내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성장해온 저비용항공사들이 중거리(비행시간 4~8시간)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비용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노동시간 단축, 단거리 여행지에 대한 피로도 등이 겹치면서 한국의 저비용항공사도 중·장거리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편도 6시간30분이 엘시시 ‘최장거리’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를 통해 갈 수 있는 대표적인 중거리 노선은 제주항공의 부산~싱가포르 노선이다. 대권거리(두 지점 간 최단거리) 4550㎞, 편도 비행시간만 6시간30분이 걸린다. 지난 7월 이 노선 운항을 시작한 제주항공은 보잉 737-800(최대 비행 거리5130㎞) 기종을 이 노선에 투입하기 위해 좌석 간격이 넓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하고 좌석 수는 기존 189석에서 174석으로 줄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싱가포르 노선은 중거리라 비용을 추가하더라도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을거라 봤고, 무게와 운항 거리가 연동되기 때문에 뉴 클래스 도입으로 무게를 덜어낸 효과도 봤다”고 말했다.

진에어도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활발한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하나다. 진에어는 최대운항 거리가 1만2610㎞에 이르는 장거리용 여객기 보잉 777-200이아르(ER·Extended Range)를 활용해 2015년 국내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인천~미국 하와이(7366㎞, 편도 8시간 소요) 노선에 취항했다. 현재까지 7~8월 성수기에 운항하고 있다.

2017년에는 인천~오스트레일리아 케언스(6379㎞) 노선에 취항하기도 했다. 진에어는 “신규 항공기를 도입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등 동유럽 노선에 취항하겠다”는 포부를 2017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조현민 불법 등기이사 논란’으로 지난해 8월부터 국토교통부 제재를 받아 항공기 도입과 신규 노선 취항이 모두 멈춘 상태다. 11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 진출한 에어부산은 내년 초 최대운항 거리 7400㎞인 에어버스 321네오엘아르(LR·Long Range)를 도입해 인천에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발리, 인도 델리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거리 단독 노선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외국 저비용항공사는 1만㎞ 이상도 

외국 저비용항공사 중엔 중거리를 넘어 장거리 운항으로 옮겨가는 곳도 많다. 항공사·공항 서비스 평가 기관인 스카이트랙스는 아예 ‘장거리 저비용항공사’(Long Haul Low-Cost Airlines) 항목을 따로 분류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노르웨이의 저비용항공사 노르웨지안 항공,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엑스(X), 오스트레일리아의 제트스타, 캐나다의 웨스트 젯, 독일의 유로윙스 등이 수위권에 올랐다.

대형항공사가 갈 법한 1만㎞ 이상 노선에 취항하기도 한다. 노르웨지안항공은 영국 런던(개트윅)~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노선(1만1115㎞, 편도 13시간45분)을 운항하고 있다. 인천~뉴욕(존에프케네디공항) 대권거리(1만1114㎞)에 맞먹는 장거리다. 싱가포르항공의 자회사 스쿠트항공은 싱가포르~독일 베를린(9939㎞, 편도 13시간30분) 노선에 취항해, 대권거리로만 따지면 저비용 항공사가 인천~마드리드(9986㎞)에 조금 못미치는 곳에 취항하는 수준이다.

이들 항공사를 비롯해 외국 저비용항공사는 기내식, 좌석 지정, 수하물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고 거점공항(허브공항)보다 공항 이용료가 비교적 저렴한 보조공항에 취항하는 전략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서비스 수준이 대형 항공사(FSC)보다 떨어지더라도 장거리를 저렴하게 가고 싶어하는 여행 수요와 맞아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는 사업차 떠나는 이용객과 여행객이 섞여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는 대부분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다. 비행깃값을 아껴 숙박이나 관광 등에 더 투자하는 여행객도 많기 때문에 대형항공사에 비해 저렴한 요금이 저비용항공사 중·장거리 노선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엘시시도 장거리 나설 것”

전문가들은 한국 저비용항공사들도 장거리 노선 취항에 나서거나, 중·장거리를 강화한 항공사가 나타나는 등 업계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한다. 신규 저비용항공사 3곳이 탄생하면서 내년께 저비용항공사만 9곳이 경쟁하는 만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한국 항공업계는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로 양분돼 있지만, 유럽 등 외국에서는 몇년 전부터 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장거리 저비용항공사라는) 틈새시장을 찾아 나선 것”이라며 “한국도 저비용항공사가 레드오션에 가까워, 앞으로 장거리 취항 등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거리 여행지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저비용항공사의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6년간 누적 내국인 출국자 수는 1억4155만명을 기록했는데, 이 중 82%에 달하는 1억1164만명이 일본·중국·베트남을 포함한 단거리 여행지로 출국했다. 6년간 20~50대 경제활동 인구 기준으로 1.6년에 한번 단거리 해외여행을 경험했다는 것”이라며 “추가수요를 자극할 만한 신규노선 없이는 점진적인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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