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6 09:16
수정 : 2019.05.19 10:31
[토요판] 박수지의 소심한 재테크 ③ 구독료 따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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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는 포플릭스(4FLIX)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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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달은 무료니까, 한달에 고작 라테 한잔 값밖에 되지 않아서 등 같은 별것 아닌 이유로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 가입하다 보니 어느덧 월정액을 기반으로 한 ‘구독경제’ 생태계의 충실한 일원이 돼 있었다. 시디 한장과 책 한권을 고심해 고르던 ‘소유경제’를 지나, ‘구독료만 내면 무제한 이용’이라는 구독경제의 복음을 접하자 책과 음악, 영상 콘텐츠에 대한 탐욕으로 눈이 멀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책을 평소보다 두세배는 더 읽을 것 같았고, 동영상 구독으로는 최신 유행 드라마부터 고전 영화까지 섭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넓은 음원의 세계에서 빅데이터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듣다 보면 취향도 더욱 깊고 정교해질 것 같았다.
문제는 여전히 일주일이 24시간밖에 되지 않고 주 5일 일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한정된 여가 시간 안에서 내가 가입한 서비스들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전자책과 영화를 동시에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입해둔 한 동영상 구독 서비스에서 영화 한편을 끝까지 본 게 넉달이 지났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정신이 번뜩 들었다. 한달에 4900원이라 부담 없이 가입한 서비스였다. 수많은 목록 가운데 ‘보고 싶어요’ 버튼을 눌러둔 영화는 100편이 넘었지만, ‘다 봤어요’가 되려면 퇴사를 해야 가능했다. 게다가 이 서비스와 성격이 겹치는 넷플릭스도 이용하고 있었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 주력 콘텐츠가 다르니 ‘보완재’라고 합리화하며 둘 다 가입했던 터였다. 라테를 넉잔 넘게 기부한 걸 깨달은 뒤에야, 쓰지 않던 동영상 서비스를 해지했다.
지출관리를 위해 무분별하게 가입한 보험을 ‘리모델링’하거나 ‘다이어트’한다고 표현하듯, 각종 서비스의 구독에도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나하나 비용이 크지 않다 보니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마치 ‘고정비’ 지출처럼 굳어지기 십상이다. 이용이 저조한 서비스를 정리하는 한편, 꾸준히 쓸 서비스는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음원 구독 서비스는 최근 ‘격전’이 펼쳐진 터라,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갈아타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우선 ‘통신사 궁합’을 맞추는 게 유리하다. 지난해 12월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출시한 음악 플랫폼 ‘플로’는 에스케이티 가입자에게 이용권을 반값으로 제공한다. 케이티(KT)의 ‘지니’에선 케이티 고객에게 6개월 동안 30% 할인을 해준다. 또 ‘플로’를 견제하며 카카오의 ‘멜론’과 ‘지니’ 둘 다 현재 두달 동안 100원에 들을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일종의 ‘꼼수’지만 ‘짠테크’(절약+재테크)를 실천하는 이들은 음원 서비스를 해지할 때 고객을 붙잡으려 업체 쪽에서 내미는 ‘할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부지런하게 혜택이 끝나는 두세달마다 해지 신청을 하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파티원’(계정 공유 서비스)은 널리 퍼진 탓에 플랫폼까지 생겼다. 넷플릭스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이 월 1만4500원인데, 기기 4대까지 동시접속을 허용하고 프로필 계정을 따로 쓸 수 있어 4명이 계정을 공유하면서 마치 다른 계정처럼 쓸 수 있다. 한명당 한달에 3625원꼴로 가격이 확 낮아진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넷플릭스 파티원 구합니다’ 같은 글이 자주 올라오다 보니, 계정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 ‘4FLIX’(포플릭스)까지 등장했다. 넷플릭스 쪽도 상업적 이용만 아니라면 계정 공유 자체에 대해선 문제삼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 하나. 주말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정말 그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어서인지, 혹시 괜히 구독료 본전 생각에 ‘정주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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