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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3 17:33 수정 : 2019.11.13 17:33

허지희씨는 세종호텔 노동자다. 지금은 객실을 청소하는 룸어텐던트로 5년째 일하고 있지만, 그 전엔 호텔 대표전화를 받는 전화교환원으로 20년을 일했다. 오전 10시엔 20년 근속상을 받고 오후 5시엔 룸어텐던트로 일방적 전환배치 통보를 받았던 2014년 12월 20일을 허지희씨는 잊지 못한다.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이 쓰던 침대, 남이 쓰던 변기에 손을 댄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막힌 변기도 직접 뚫어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노동에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그렇게 이틀 간 26개의 변기를 닦고 난 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부터 룸어텐던트로 채용된 것도 아니고 20대부터 전화교환원 일만 했는데 왜 이런 일을 시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달 간 몸무게가 8kg이 빠졌다.

허지희씨만 당한 일이 아니다. 세종호텔은 전환배치·임금·해고 등의 문제로 오랫동안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서비스연맹 세종호텔 노동조합 조합원인 허지희씨는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면서 싸울 것은 싸우겠다는 각오다.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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