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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3 10:20 수정 : 2007.05.03 15:19

오가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가득이나 낡은 문짝의 손잡이가 더 패였다.

[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⑥ 양은냄비, 낡은 문짝, 함지박 간판… ‘새마을운동’
묵은 김치 딱 7분만 끓이는 ‘7분 김치찌개’
‘잘살아보세’ ‘새마을운동’ ‘국민체조’ 딱 세곡만 흘러나온다

1900년대, 구부정하고 동그란 안경을 코에 걸쳐 쓴 쿠피어는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딸랑딸랑, 자전거에 맛있는 샌드위치와 우유를 싣고 안개가 자욱한 도시 빈의 허름한 동네를 향해 자전거 바퀴를 돌린다. 휙휙 가로수들이 지나가고 싸늘한 아침공기가 기분을 맑게 한다. 이윽고 도착한 작고 허름한 집. 쿠피어는 콜록콜록 폐결핵을 앓고 있는 친구의 여윈 가슴에 청진기를 댔다. 의사이자 보상관리 및 공장 안전책임자인 그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서두른다. 쿠피어는 정말 이 친구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친구는 공장시설의 검사활동과 보상관리 책임자이다. 세계 최초로 공장 안전모를 발명해서 1912년에 미국 안전협회로부터 금메달까지 받았다. 하지만 결국 친구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슬픔에 잠긴 쿠피어는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욱 친구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왜냐고? 그 친구는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히는 <변신>을 지은 작가, 프란츠 카프카였던 것이다.

가게 한쪽에 마련된 정육점에서는 당일 배송된 고기를 즉석에서 썰어서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가까운 친구 사이였지만 그가 그렇게 훌륭한 작가였다는 것을 몰랐다. 늘 소박하고 겸손했던 친구에게 그런 놀라운 면이 숨겨져 있었다니! 그가 자신의 친구라는 사실이 참 기뻤다.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들, 함께 거닐었던 빈의 거리 등 그리움이 밀려왔다. 친구는 안전모를 볼 때마다 카프카를 생각한다.

누구나 ‘무엇’을 보면 그 순간, 그리움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사랑에 관한 것이든, 일 혹은 열정에 관한 것이든.

<새마을식당>을 가면 오롯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양은 냄비, 낡은 문짝, 새마을운동 노래 등 이런 것들을 보면 그 시절이 그리워져 울컥한다. <새마을식당>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그 시절의 먹을거리를 들고 세상에 나왔다. 함지박 철로 간판을 달고 격자무늬의 문짝들이 우아하게 늙은 모습으로 달려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문짝의 손잡이는 홈이 패였다. 그 위로 ‘잘 살아보세’,‘새마을운동’,‘국민체조’ 딱 세 곡의 노래만이 흘러나온다.

인내심을 갖고 묵은 김치를 7분 동안 끓여먹는 ‘7분 김치찌개’
<새마을식당>은 그저 사람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집을 만들자는 주인장의 고민 속에 탄생했다. 이 집을 가득 채우고 있는 70년대의 정취는 젊은이들에게는 신기함을, 나이든 이들에게는 그리움을 안겨 준다.

가게 한쪽에는 매일 배송된 신선한 고기를 손질하는 정육점이 훤히 보인다. 그 곳에서 매일매일 신선한 고기가 내 입으로 달려온다. 신선하고 맛난 고기를 구워 먹은 후 냉김치말이 국수로 입가심을 하면 하루의 피곤이 금세 풀린다. 밥이 먹고 싶다면 김치찌개를 주문하면 된다. 김치찌개는 일명 ‘7분 김치찌개’다. 인내심을 갖고 7분 동안 묵은 김치가 끓고 있는 냄비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7분이 다 되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주인장 백종원 씨는 식당 창업에 대한 책을 낼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먹을거리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그의 아이디어와 끼로 <원조쌈밥>, <한신포차>,<행복분식>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지금 주인장은 중국에 <새마을식당>을 전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 맛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그의 욕심 덕에 조만간 중국 청도의 바람 몰아치는 그 거리에서 <새마을식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먹을거리만 아니라 우리의 70년대와 그리움까지 수출하는 것이다.

한참을 <새마을식당>에 앉아 있노라니, 어느덧 머릿속에 잡념이 사라지고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변신>을 꺼내 한 줄 읽는다. 오래전 카프카의 열정을 ‘열탄 불고기’와 함께 가슴에 새긴다. 불고기 한점, 그 맛을 새기고 나는 ‘변신’을 한다. 70년대 청춘으로.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양은냄비, 낡은 문짝, 새마을운동 을 떠오리면 그 시절이 그립다.
위치 강남구 논현동 먹자골목
전화번호 02-544-3284
영업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메뉴
소금구이,양념구이 7천원 / 연탄불고기 7천원 / 차돌박이 1만5천원 / 껍데기, 7분김치찌개 5천원 / 냉김치말이 4천원

* 귀띔 한마디 1970년대에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과 함께 가서 그 시절을 느껴보라. 수다스럽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가서 왁자지껄하게 먹어 보는 것도 좋다. 1년 내내 24시간 영업하므로 언제가도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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