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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2 14:11 수정 : 2007.05.03 15:37

빨강 바탕에 멋들어지게 휘가려 쓴 ‘홍기와집’이라는 글자는 다양한 영역의 예술인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⑨ 홍기와집
간판 만큼이나 ‘색다른 맛’의 감자탕…주재료는 유기농 감자와 국산 돼지고기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은 ‘닭도리탕’ 은근 인기

젊은 부부가 엘리베이터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늘 명랑한 아내는 잔소리가 심한 남편에게 타박을 주기 시작한다. “세상 사람들은 머피와 사는 사람과 샐리와 사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대. 그거 알아? 머피랑 사는 사람은 늘 세상일에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을 많이 해서 잘 되는 일이 없대. 그런데 샐리와 사는 사람은 모든 일에 긍정적이라서 일도 잘 풀린대. 당신은 머피와 사는 사람이야? 왜 모든 것을 삐딱하게 보지? 나는 샐리와 사는 사람이야 ” 아내의 말이 끝나자 영리한 남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럼 당신이 머피야? 나는 샐리고? ” 아내는 할 말을 잃는다.

세상에서 오롯이 나만의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이 주신 각자의 시간일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꾸릴 것인가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렸고, 그 선택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 <홍기와집> 주인장은 머피와 살 뻔했지만 샐리를 선택한 시간들을 조용히 털어놓는다.

간판을 만들어준 디자이너들이 홍기와집의 테이블, 전등, 그리고 소박한 실내장식 등을 맡아줬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IMF 광풍에 남편이 쓰러지자 생활전선에 나서게 되었다. 당시에 500만 원을 빚내서 <재벌>이라는 죽 전문점을 열었다. 평소 아픈 이가 많았던 집안 내력 때문에 죽 하나는 자신 있었단다. 그녀의 정성은 그 집을 유명하게 만들었고, 또 다른 도전정신으로 <홍기와집>을 열게 되었다.

감자탕의 비법은 끓이는 시간이 있다. 시간이 짧으면 고기와 뼈가 떨어지지 않고, 시간이 길면 뼈만 올라온다.
사실 고깃집만 즐비한 이 거리에서 감자탕은 색다른 맛이다. 특이한 간판 역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확실하게 끈다. 진한 빨강 바탕에 멋들어지게 휘갈겨 쓴 ‘홍기와집’이라는 글자는 다양한 영역의 예술인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멋진 디자인은 홍익대 주변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홍대 문화예술인 조합’ 소속 ‘No Name No Shop'팀 덕이다. 죽 전문점을 하면서 친해진 이들은 그 당시만 해도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디자이너들이었다. 마침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던 그들과 주인장의 손발이 맞아 함께 이 집을 만들게 된 것이다. 주인장과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든 테이블과 전등, 화려한 간판과 소박한 실내 장식이 맛난 음식들과 묘하게 조화되어 빛이 난다.

이 집의 매력은 감자탕과 닭매운탕, 그리고 보쌈의 맛에 있다. 주인장이 밝히는 감자탕의 비법은 끓이는 시간에 있다. 시간이 짧으면 고기와 뼈가 떨어지지 않고, 길면 아예 뼈만 올라온다. 여기에 어릴 때부터 배운 어머니의 손맛과 주인장만의 비법으로 만든 양념을 넣어 아주 맛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기농 감자와 국산 돼지고기라는 재료이다. 주인장이 감자를 가져오는 곳은 좀 특별난 곳이다. 주인장은 단양 ‘산위의 마을’에서 재배하는 감자를 가지고 온다. 그곳은 노동시인으로 유명한 박노해 시인의 형인 박기호 신부가 만든 참살이 운동단체 ‘예수살이공동체’가 활동하는 곳이다. 주인장 역시 열심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재료부터 특별한 감자탕이라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보쌈 역시 서울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모든 보쌈들을 다 먹어 보고 준비한 것이다. 의외로 닭매운탕이 인기라는데,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아서 좋다.

그녀는 자기 안에 지금과 같은 열정이 있는지 몰랐단다. 43세, 갑자기 몰아닥친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용감하게 도전한 그녀의 선택이 또 다른 삶을 만들었다. 그녀는 말한다. 10대일 때는 지식을 받아먹고, 20대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30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40대는 30대 한 일중에 한 가지를 정해 풍성하게 만들고, 50대가 되면 그 열매는 거두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제 그 열매를 이웃들과 나누고 싶단다. 벽에 걸린 ‘소유로부터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 이란 커다란 글귀가 눈에 띈다. 샐리를 선택했지만 어느덧 자신이 샐리가 된 그녀, 그녀를 찾는 이들에게 맛과 행운을 선사하고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아 인기인 닭도리탕과 깍두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위치 마포구 서교동
전화번호 02-324-9858
영업시간 오전 11시~저녁 11
메뉴 감자탕 대 3만원 · 중 2만2천원 · 소 1만7천원 / 닭매운탕 대 3만원 · 중 2만2천원 · 소 1만7천원 / 보쌈 대 2만5천원 · 중 2만원 · 소 1만5천원 / 식사류 5천~1만원 / 볶음밥 2천원 · / 생굴 외 요리 7천~1만원 / 술 3천~1만원

* 강력추천 하루종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열받은 선배와 함께 속 풀기에 그만인 곳.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한 턱 쏠 때도 좋다. 단체 손님을 50명까지 받으니 동창회 장소로도 그만이다.

* 귀뜸한마디 1년 두번, 설과 추석 연휴만 쉰다. 사람이 많다면 감자탕, 볶음밥, 보쌈을 묶어 4만원에 먹을 수 있는 ‘모듬상’을 시키는 것이 좋다. 대부분 양이 푸짐한 편이라 ‘소’자를 주문하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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