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시장 골목을 족발과 순대 거리로 만든 ‘소문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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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19) 소문난 집, 옥상휴게실, 마포원조 할머니 빈대떡
숭숭 구멍 뚫린 운석이 내달리는 광활한 은하계, 푸르뎅뎅한 지구, 검은빛 한반도, 넙치 같은 서울, 그 가운데 공덕시장. 그곳에 세 마녀가 살고 있다. 이앵자씨, 박주순씨, 서문정씨! 세 마녀가 시장 안에 십 수년째 마술을 펼치고 있다. 손맛의 요술을! 자, 첫째 마녀의 솜씨를 보자. 일단 간판을 ‘소문난 집’으로 달고 족발과 순댓국을 팔고 있는 이앵자 마녀는 공덕동에 낮은 지붕들만 있던 시절, 순대와 족발을 길에 펴놓고 장사를 했다. 네 명의 자녀를 기르기 위해 시장으로 나선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 했다. 성실하게! 일명 성실마녀다. 드디어 때가 왔다. 소문난 집의 전 주인이 1평 남짓한 조그마한 가게를 팔려고 하자 바로 인수해서 지금처럼 넓은 요술가게를 만들었다. 그녀의 성실함과 인자함이 곧 세상 사람을 감동시켰다. 이 성실마녀는 요술 봉으로 한 골목 전체를 족발과 순대거리로 만들었다.
일단 맛 한번 보시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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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찌개는 돼지고기를 듬성듬성 썰어넣고 궁합이 딱 맞는 새우젓으로 간했다. 겨울에는 조금 춥다. 다시 마술을 부려 옥상에 포장마차와 낡은 판자로 방을 만들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천상으로 이르는 구름다리 같다. 계단을 다 오르면 힘센 마녀가 기르는 개 진돌이가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공덕시장 빌딩 옥상에 자리잡은 ‘옥상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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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천상으로 이르는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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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녀는 30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마녀짱, 서문정씨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팔았다. 어느 날 하늘에서 찌릿! 번개가 떨어졌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용하다는 무속집! 물장사를 하란다. 당시 과일가게를 하던 그녀는“이것도 물인디요, 즙이 나오닝까” 했다. 결국 전과 막걸리를 파는 집으로 대 변신, 요술의 힘으로 ‘마포원조 할머니 빈대떡’을 차렸다. 늘 술로 사는 영감 때문에 술장사는 하고 싶지 않으셨단다. 하지만 술고래 영감, 세 살배기 아들…. 그 막막한 시간 속에서 그녀는 전과 막걸리를 택했다. 그런데 글쎄, 손님들이 밀려들어왔다.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막 퍼주셨단다. 전맛은 순창 친정어머니 손맛이란다. 그저 시골에서 어떤 재료든 좋은 걸로 뚝뚝 잘라 만드는 걸 보고 자란 그녀는 소박한 마술사다. 그녀 역시 신묘한 요술로 주변을 온통 ‘부침개 세상’으로 물들였다. 퇴근 무렵 그곳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비 오는 날에는 특히나…. 출중한 요술쟁이들은 질긴 끈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마녀와 마녀짱은 시누이, 올케 사이란다. 세 분 모두 훌륭하다. 별로 여행하는 21세기에 가난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오직 땀방울로 쫓아버렸다. 마녀할멈들이여, 이 지구를 부탁해요!
모듬 전을 보노라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은 ‘마포원조 할머니 빈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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