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다미’의 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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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20) 1983년 여의도에 자리잡은 ‘다미’
25년간 특별한 요리법도 없이 손님을 모으는 비결은? 빗방울이 후두두 후두두! 어두워진 빌딩들 사이로 개 한 마리조차 지나가지 않는다. 빗방울들은 여의도 아스팔트를 툭툭 치며 왕관 모양을 만든다. 벌겋게 익은 홍등은 가게 처마를 점령한 채 손짓한다. 처마 밑으로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사내들이 하나 둘 기어들어간다. ‘다미’ 안에는 이렇게 모인 손님들로 가득하다. 그들 사이에 나와 세 여자, 한 남자가 섞여 있다. 정종과 생선구이, 주방장 아저씨의 일본식 복장, 일본에서나 있을 법한 격자무늬 창틀. 흔들리는 불빛과 팅팅 울려대는 빗소리가 마치 일본 게이샤가 뜯는 악기소리처럼 들려 취기가 몰려온다. 내 앞에 있는 세 여자는 각기 색을 달리하는 게이샤, 내 앞의 남자는 깡마른 일본 무장처럼 보인다. 게이샤는 원래 일본의 전통적인 예인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에 진주한 미국 때문에 ‘동양 창녀’로 불려지게 되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얄팍한 정책의 일환으로 그녀들을 이용했다.
다미에서 정종 한잔 하고 있으면 마치 도쿄 우에노역 선술집 구석에 앉아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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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쿄 외진 곳에서 봄날 찰나 만큼 피었다가 지는 들꽃처럼, 가을날 살짝 흔들리는 보리낱알 처럼 공기보다 가볍게 살았다. 지금이라면 숨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느 순간에도 당당하게 살아야 멋있다고 말하는 세상이 아닌가! 어쨌거나 친구의 여자, 내 남자의 친구였던 그 둘은 세월이 지나 서로에게 미지근한 눈빛을 보내게 되는데…. 나쓰메 소세끼 장편소설 <문>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여의도에 있는 다미에서 한잔하고 있노라면 마치 도쿄 우에노역 선술집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가 마치 오요네 같고 야스이 같다. 사랑 때문에 ‘문’을 통과할 수도, 돌아설 수도 없어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 1983년 처음 문을 연 이 집은 25년이 다 됐다. 이곳을 운영하는 매니저도 17년간 이곳에서 일하고 있고, 메뉴나 가게 안 풍경도 모두 20년 전 그대로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주인장의 고집으로 여의도에 이집을 만들었고 그가 좋아하는 재료로 먹을거리를 만들었다.
출출할 때 ‘다미’를 찾았다면 양면을 구운 주먹밥과 감자버터구이로 간단하게 때운 뒤 정정을 마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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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요리비법도 없이 맛이 좋은 이유는 오직 ‘신선한 생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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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2-783-5167
영업시간 11시~오후 2시, 오후 5시~밤 11시
메뉴 다미칵테일 2천원 / 정종 3천원 / 꼬치 2천원~3천원 / 생선구이 7천원~8천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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