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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7 15:38 수정 : 2007.12.17 19:18

희뿌연 연등에 묵은 한해를 달아놓고 더듬어 보는 것도 좋겠다.

[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24) 연말 송년회 장소로 딱~ ‘칠갑산’

매년 12월이 되면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 누구와는 더 가까워졌는지, 누구와는 소원해졌는지. 몇 명은 머리 속에서 ‘정리’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이 방법을 써보자.

네모진 도화지에 제일 먼저 자신을 그려 넣자. 여자는 동그라미, 남자는 세모! 자신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사람 한 사람씩 가까운 거리만큼, 아끼는 크기만큼 표시하고 넣어보자. 이것은 미술 치료에 흔히 쓰이는 관계 테스트이다.

지난해 친구들이 그린 것 중에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성격은 다르지만 친한 사이인 A군과 B군. A군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었다. 그는 도화지에 자신은 한쪽 모퉁이에 아주 작게 그려 넣었고 중심에는 온통 다른 이들로 가득했다. 반대로 B군은 지구에 자신밖에 없다. 도화지 가운데에 아주 큰 세모 하나만 그렸다. 두 사람은 정상이 아닌 듯 보인다. 마음 한구석에 남다른 상처가 있는 것일까?

범부들은 도화지 중앙에 자신을 크게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을 하나둘 넣는다. 그 숫자가 5~7명 정도다. 물론 그 크기, 거리, 위치 등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부부 관계도 금세 드러난다. 자신과 배우자를 도화지 안에 겹쳐 그린 부부는 금슬 좋은 평범한 부부다. 반면 배우자를 도화지 귀퉁이에 혹은 아예 그려 넣지 않는 이는 곧 이혼 법정으로 갈 사람들이다. 내 아내가 날 바보로 생각하는지, 무뚝뚝한 남편이 사실은 아내를 얼마나 아끼는 지 알 수 있다. 자신이 해보면 의외로 속내가 잘 드러나 놀란다. 연말 각종 송년회를 가기 전에 하얀 도화지로 인간관계를 정리해 보자.


따끈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술 한잔 나누면 아늑함이 밀려올 것이다.

종로에 있는 <칠갑산>은 송년회 하기 좋다. 일단 아늑해서 정이 가고 방바닥이 따끈따끈해서 어머니들이 말하는 소위 ‘지지기’ 좋다.

넓은 창 밖에는 옷깃을 세우고 파르르 지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이로 흰눈이라도 뿌려지면 붉은 오가피 술잔으로 ‘필’이 꽂힌다. 옆에 앉아 있는 푸른 청년과 가슴 시린 사랑이라도 하고 싶다.

대부분 요리들은 좋은 재료로,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라 대부분 맛있는 편이다. 그 중에서 돔배보쌈이 으뜸이다. 돔배는 제주도 말로 도마라는 뜻. 나이테 성근 성숙한 나무도마 위에 향긋한 고기보쌈이 나온다. 너비아니 구이는 구중궁궐에서 정분난 상궁처럼 들뜨게 한다.

주인장은 발명가이다. 늘 요리를 개발해서 온 식구들에게 맛을 보게 하고 메뉴를 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된장술국과 매운술국이다. 그는 평소 불화나 오래된 물건들에도 관심이 많다. 들머리에 있는 녹슨 까만 선풍기는 그런 이유로 서있다. 그의 누런 병풍 같은 그림들은 오는 이들에게 윙크를 한다. 그 그림의 끝자락에는 한자로 ‘땀을 사랑하자’라는 글귀가 써 있다. 어떤 손님들은 글자가 진품이라며 돈을 내고 떼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단다.

돔배보쌈에 막걸리 한잔 걸치면서 송년회 자리를 만들어보자.

칠갑산’ 입구.

이름은 유명세 있는 백두산이나 지리산이 아니라 귀에 익은 뒷산 같은 이름을 골라 지은 것이란다. 작은 산에서 큰 맛을 보게 되었다.

송년회 예약이 마구 몰려온단다. 예약을 서두르시라. 도화지에 가장 짙게, 크게, 뜨겁게 그려진 사람들을 모아 연한 우윳빛 벽에 기대어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며 한 해를 정리하자.

위치 종로구 청진동
영업시간 10:00~22:00
전화번호 02)730-7754
메뉴 술 3천원~1만원 / 부추전 5천원 / 너비아니 1만3천원 /돔배보쌈 1만5천원 / 문어숙회 1만7천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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