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1 07:13
수정 : 2019.10.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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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촉구 9차 촛불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12일 오후 검찰 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수호를 주장하며 검찰청사가 있는 서울 서초역 네거리에서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a를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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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획/조국, 그 이후
③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묻다
정당들은 국회서 정쟁 못 풀고
언론은 조국 의혹 파편적 보도
광장서 다양한 목소리 실종
진영논리 갇힌 확증편향 우려도
“타협·수렴 못하는 정당구조 문제
대화 가능한 민주주의 자리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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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촉구 9차 촛불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12일 오후 검찰 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수호를 주장하며 검찰청사가 있는 서울 서초역 네거리에서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a를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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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을 가득 메운 촛불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며 중앙지검 앞 1㎞ 가까이 빼곡히 채운 시위대는 집회 주최 쪽조차 예상하지 못한 인파였다. 앞선 여섯 차례의 토요일 문화제 때 많아야 수천명에 지나지 않았던 ‘조국 수호’ 집회 참가자가 일주일 새 수백배 규모로 불었다. 뒤이은 3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조국 규탄’ 집회도 성황리에 개최됐다. ‘박근혜 탄핵 정국’을 방불케 하는 집회 열기에 정치권도, 언론도, 시민사회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 상당수가 동원되거나 조직되지 않은 ‘개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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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질서에 대한 염증 이들은 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을까? 서초동 집회에 참여했던 직장인 박성환(43)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을 “서민과 기득권 세력들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월급이 아깝다”며 국회의원들을 비난하거나, “윗물이 맑아야 잘 사는데 윗물은 실속만 챙기고 있다”며 권력집단 전체를 향한 염증을 드러냈다. 특히 서초동 집회에서 기성 언론은 검찰과 함께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권력과 언론은 한 덩어리”, “기레기와 검찰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비난의 말들이 쏟아졌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기성의 질서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또렷이 드러냈다.
이런 시민들의 불신은 각 기관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언론의 성급하고 파편화된 보도는 ‘찬반’ 양쪽 모두에게 판단의 준거를 주지 못했다. 상대 당을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인식하는 정치도 시민들의 신뢰를 받긴 어려웠다. 탄핵당한 정권에 대한 반성을 보여준 적 없는 자유한국당, 그런 야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토착왜구’라 명명하는 집권 여당은 물론이거니와 정의당도 대안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과 ‘사법농단’의 주체가 된 법원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극대화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구심력 없이 원심력만 발휘하며 타협과 수렴에 이르지 못하는 한국 정당구조의 문제가 일차적이다. 국회가 문제를 풀지 못하고 사법부도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에서 3부에 대한 불신이 한꺼번에 표출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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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정당을 탄핵한 광장 정당과 언론이라는 제도화된 시스템의 매개를 거부하는 광장의 시민들에게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는 가장 신뢰받는 정보전달의 통로였다. 서초동 집회의 중심에는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티브이(TV)’가 있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 역시 다수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보고 나왔다고 했다. 우파색이 강한 ‘공병호티브이’ ‘너알아티브이’ 등이다. 서초동 집회에서 만난 여러 시민은 “유튜브는 (기성 언론과) 전혀 다른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확신을 가졌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진실을 다 알게 됐다”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에서 만난 이들도 “방송 뉴스는 보기 싫어 유튜브만 본다”고 했다. 진영 논리가 강한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하고, 광장에 나가고, 다시 광장의 집회 중계를 유튜브로 시청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소셜미디어는 “사용자들이 정치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온통 둘러싸이는 ‘반향실 효과’”(<위험한 민주주의>, 야스차 뭉크)를 낳는다. 반향실 효과란 특수재료로 벽을 만든 방에서 어떤 소리를 내도 똑같은 소리가 되돌아오는 효과를 가리키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서로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때문일까?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이라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지배한 두 광장에선, 조국 사태에서 표출된 공정과 정의, 평등을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설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집회는 보통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잘 표출되지 않는 의제들을 갖고 나오는 것인데, 이번의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는 집권세력의 상징 인물에 대해 호오가 뚜렷한 이들이 중심이 됐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짚었다.
■ 세 대결 부추긴 정치 2016년 촛불 정국 당시엔 적어도 정치권이 광장의 민심을 수렴해, ‘국회의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라는 제도 안에서 문제를 풀어갔지만, 2019년 촛불 정국에선 정당들의 갈등 조정과 민심 수렴 기능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여당이 “200만 촛불”에 환호하자 야당은 “서초동이 200만이면 우린 2천만”이라고 응수했다. 메시지보다 ‘숫자’가 힘을 갖게 되면서 광장은 세 대결의 스펙터클로 소비됐다.
중요한 건 광장에서 분출된 갈등적 의제들을 차분히 돌아보는 정치적 숙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당 정치가 작동하지 않아 광장 정치가 우리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이 다시 벌어진 것”이라며 “어떻게 정당 정치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인지 정치인들의 자기 개혁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떠났지만, 그를 둘러싸고 갈라진 광장의 정치는 아직 진행 중이다. 박상훈 대표는 “내전에 준하는 갈등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대화 가능한 민주주의를 자리 잡게 만드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렵더라도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오연서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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