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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과 CU에서 출시한 비건 버거·김밥·도시락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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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⑫
편의점 비건 음식 품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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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과 CU에서 출시한 비건 버거·김밥·도시락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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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1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작은 시식회가 열렸다. 메뉴는 최근 CU, 세븐일레븐 등에서 출시된 ‘편의점표 비건 음식’들이다. 이날 식탁에 오른 메뉴는 세븐일레븐의 콩불고기 버거·김밥, CU의 채식주의 도시락·버거·김밥이다. 애니멀피플팀 기자 3명과 뉴스룸 이웃인 슬랩팀 기자 4명이 함께 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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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햄버거가 아니라 비건 햄버거라고?
김밥과 버거를 한 입씩 베어 문 기자들이 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첫입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천다민 PD(슬랩):
음, 이건 그냥 김밥인데? 굳이 비건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르겠어요.
박현철 기자(애니멀피플): 버거도 그래. 보통 편의점 버거랑 맛이 비슷해.
이유정 PD(슬랩): 도시락은 좀 달긴 하지만 펜네 파스타에 단호박, 방울토마토, 올리브, 콩고기까지 꽤 풍성한데?
채식주의김밥은 유부의 고소한 맛이 좋았다. 콩불고기김밥은 짭조름한 양념에 고기가 들어간 일반 김밥의 식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조홍섭 기자(애피): 콩고기나 유부로 햄이나 고기를 대신한 것에 이질감이나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아.
박현철 기자: 사실 편의점 김밥을 선호하진 않지만, 유부김밥은 흔히 파는 야채 김밥 같아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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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의 채식주의 도시락. 펜네 파스타에 단호박, 방울토마토, 올리브, 콩고기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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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는 소스 맛이 도드라졌다. 채식주의버거는 매콤달콤한 소스가 입맛을 자극했고, 콩불고기버거는 기존의 불고기버거처럼 달달하고 부드러운 소스가 맛을 이끌었다. 두 버거 모두, 빵이 푸석거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부드럽고 쫀득했다. 이에 대해 시식회에 앞서 먼저 맛을 본 애피팀 김지숙 기자는 “냉장 보관한 것 같지 않은 식감이 편의점 버거 빵의 특징인데, 이 부분까지 잘 살려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존 편의점 버거보다 맛과 심리적 측면에서 만족스럽다는 평가도 있었다.
진명선 기자(슬랩): 나는 육류가 아니라 차라리 콩고기라서 더 좋은 것 같아. 일반 버거들 먹다 보면 고기 비린내가 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고기라는 불안감이 있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
호평에 이어 아쉬운 평도 나눴다. 대체 육류 대신 채소 재료가 강화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조홍섭 기자: 개인적으로 김밥 맛의 8할은 참기름 맛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탓에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기도 하네. 그런데 고기의 대체품 대신 채소 재료를 더 강화했으면 좋겠어.
천다민 PD: 맞아. 이렇게까지 해서 꼭 가짜 고기라도 먹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있어. 선배 말처럼 콩고기 대신 새싹 김밥이나 채식 재료가 더 강화된 김밥이 좋을 것 같아.
박수진 기자(슬랩): 언젠가 뿌리채소 위주로 구성한 도시락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런 게 출시되면 어떨까 싶어. 채소가 주는 생생한 식감이 무척 매력적 이었는데..
박현철 기자: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콩불고기, 채식주의라는 이름을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 비건 지향자들이 주된 고객일 텐데, 비용적인 측면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체육보다는 풍성한 채소가 더 맛있지.
이에 대해 진명선 기자는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진명선 기자: 비건 지향하는 사람들 가운데 동물권이나 기후 위기 문제 등 정치적인 마음으로 하는 사람도 많잖아. 그런데 고기를 끊기는 힘들고 정말 고기가 당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게 필요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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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취향이었던 비건 시장이 커지고 있다
뉴스룸 기자와 PD들이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평가했다면, 편의점 업계는 어떤 목적과 이유로 비건 메뉴를 일제히 출시했을까.
12월4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 세븐일레븐 본사에서 만난 최윤정 식품 MD는 “피부로 느껴지는 반응 자체가 불과 2~3년 전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편의점은 늘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비건 관련) 시장이 커가고 있는 걸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판매 한 달을 기점으로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되는 20여종 버거 가운데 중위권에 못 미치지만 관심은 여느 제품보다 뜨겁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고객만족센터로 이렇게 문의가 많이 온 제품이 없었다. 질문 내용도 워낙 구체적이다. 동물복지 재료를 썼는지, GMO 재료는 들어가지 않았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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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4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본사에서 최윤정 식품 MD가 애니멀피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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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MD는 비거니즘 시장이 조용하고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 확신했다. “편의점에서 오래 일해본 사람들은 알아요. ‘당장 판매가 아주 잘 되진 않을 것 같지만 빨리 출시하자’ 싶은 제품이 있어요.” 실제로 콩불고기 제품군은 세븐일레븐의 임원 시식회 등에서 큰 이견 없이 출시가 결정된 제품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한편 CU의 채식주의 도시락은 앱 ‘포켓CU’ 예약 구매 서비스 대상 상품 중 2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 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애피와 서면 인터뷰를 한 CU 홍보팀은 “국내 비건 시장의 절대적인 규모는 작지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시장”이라며 “채식을 경험하고 싶거나 이미 채식을 하는 고객들이 부담 없이 접근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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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사전에 주문하고 지정한 편의점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는 CU의 앱 ‘포켓 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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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비건 제품이 출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업계는 이런저런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며 소비자들의 눈치를 살펴왔다. 세븐일레븐은 2016년 누룽지 콩가스를 주재료로 한 심콩 콩버거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름도 채 알리기 전에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최윤정 MD에 따르면 “당시, 너무 채식, 건강이라는 기준에만 집중했더니 맛이 너무 심심해졌다”고 말했다. 같은 계열사인 롯데리아의 미라클버거의 실패도 이번 콩불고기버거 개발의 자양분이 됐다. 미라클버거는 식물성 패티를 썼으나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소스를 사용해 채식 수요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반발감만 불러일으키며 황급히 사라졌다. 최 MD는 새로 출시된 비건 제품군에 대해 “첫번째 목표가 완전 비건이었다면, 두번째 목표는 맛이었다”고 강조했다.
GS편의점의 경우 현재 판매가 중단되긴 했지만 올가을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구운두부콥샐러드를 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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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비건, 장벽 낮아져 반가워
편의점 업계는 계속해서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김밥, 버거, 도시락 등으로 구성된 ‘노미트’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최윤정 MD에 따르면 버거의 경우 콩고기 등 대체육이 아닌 버섯 패티같이 채소가 주재료가 될 예정이다. 새로운 종류의 비건 김밥은 2~3월 중 출시를 목표로 가장 먼저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U는 “현재 확정된 바는 없지만 고객 반응에 따라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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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며 대중의 반응에 민감한 편의점에서도 식물성 재료로만 맛을 낸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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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비건 식문화가 척박한 한국에서 편의점 비건 메뉴가 발 빠르게 출시된 점은 의외인 동시에 반갑다는 평가가 많다. 포털 사이트 비건 커뮤니티, SNS에 올라오는 반응을 살펴보면 “어디서든 접근이 가능한 편의점 메뉴가 출시돼 진입 장벽을 낮췄다” “비록 정크푸드일지라도 굶을 일은 없어졌다”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애피 뉴스룸의 시식회에서도 채식을 하건 안 하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 데 대해 모두 높은 점수를 줬다.
박수진 기자: 비건 하고 싶어도, 직접 음식을 마련해 먹기 힘든 사람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 정말 반가운 일인 것 같아. 예컨대 김밥집 가서도 번번이 “햄 빼주세요” 하는 것도 엄청 눈치 보이거든.
박현철 기자: 편의점은 전국 어디에나 있으니까. 채식 식당을 찾아 헤매는 시간을 줄여준 것만으로도 너무 잘 나온 것 같아. 업계가 소수 취향도 수용하기 시작한 것도 반가운 일이지.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16일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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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윤 김지숙 기자 yoo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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