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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9 13:28 수정 : 2019.12.19 14:02

비건 지향 두 달째, 펀딩 사이트에서 주문한 비건 도시락과 직접 만든 샐러드로 차린 점심.

[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신소윤의 비거니즘 일기 ⑥

비건 지향 두 달째, 펀딩 사이트에서 주문한 비건 도시락과 직접 만든 샐러드로 차린 점심.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16일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텀블벅 펀딩 바로가기: https://tumblbug.com/animalpeople_vegan

비건 음식은 건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건강 문제로 육식과 유제품을 끊고 비건식을 하는 사람도 많다. 취재를 하며 육식이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지적하는 서적과 영상을 접하고, ‘베지닥터’ 등 자연식물식을 주장하는 의료인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비건 지향으로 살면서 내 몸의 변화도 자꾸만 의식하게 됐다.

비건 지향 두 달째, 나는 초반 한 달 살이 빠졌다가 다시 2kg이 쪘다. 체중의 변화가 건강의 척도는 아니지만 ‘왜 살이 쪘을까’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취재 초반, 개인적으로 큰 영감을 받았던 작가 강하라씨는 기름지고 무겁고 조리법이 복잡한 요리 대신 땅에서 난 풍성한 재료들로 간소한 식탁을 차린다. 매일 먹는 음식은 일상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줘 생활 자체도 단촐해졌다고 했다. 나도 그처럼, 비건 지향을 하며 간소한 삶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비건 지향 첫 달엔 그동안 조연에 불과했던 채소들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것이 너무 신나고 즐거웠다. 연근과 당근, 감자 등 가을철 뿌리 채소의 깊은 맛에 매료되고, 비건 치즈나 템페 같은 난생 처음 맛보는 재료를 탐색하는데 흠뻑 빠져들었다. 책장에 먼지만 쌓여 있던 채식 요리책들을 다시 꺼내보고 자기 전까지 열독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삶의 부지런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달이 마지노선이었다. 나의 관심과 지식은 신선한 재료들을 떠나 점점 냉동 만두, 채식 라면 등 비건 간편식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육류 가공품을 먹는 것은 아니잖아’ ‘비건이니까 괜찮아’라는 마음은 오히려 식습관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스스로 핑계를 만들기도 했다. 강하라씨가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비건식을 하면 마음 놓고 양껏, 많이 먹을 수 있다”는 말을 구실로 삼았다. 육식만 피하면 시도 때도 없이 먹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을텐데 금세 배가 꺼지고 소화가 잘 된다는 핑계로 부지런히 배를 채웠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주말에는 마음 먹고 풍성한 채식 식단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다 모든 것이 귀찮아진 날에는 고구마, 방울토마토, 두유 등 다이어트 식단에 가까운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널을 뛰는 밥상 사이에서 돌이켜 보니, 내 몸과 지구에 해를 덜 끼치고 챙겨 먹는 밥상은 그나마 팀원들이 싸오니 동참하는 비건 점심 도시락 밖에 없었다.

비건식을 하는 취재원들은 공통적으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구황작물만 챙겨 먹는 다이어트식이나 간편식만 먹는 정크비건이 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두 달간, 한끼라도 육식을 덜하며 지구와 동물에 해를 덜 끼쳤다는 위안은 얻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한 식사는 볼록한 뱃살과 비건 간편식의 텁텁함 뒷맛만 남겼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강하라씨의 말처럼 “많이 먹어도 군살이 사라지는 놀라움을 경험”을 해봐야겠다.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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