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사랑의 불시착> 탈북민 “미화라는 단어조차 과해…현실을 훨씬 더 열악” “하루 종일 전기 나가고 냉장고도 없는 집이 허다해” “진급 위한 숙박검열, 걸리면 누군가는 죽지만 누군가는 진급”
지난 15일 북한군 장교와 남한 재벌가 상속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첫 선을 보였습니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6 8%, 화제성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을 미화했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 탈북민들은 어떻게 봤을까요? 드라마 속 북한의 생활상은 실제와 얼마나 비슷할까요? 북한 직할시 출신, 남한 정착 8년 차 20대 탈북민에게 감상평을 들어봤습니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갈무리
먼저 드라마가 북한을 미화했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미화라는 단어조차 과하다”며 “이 드라마를 쓴 작가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기에 이렇게 (북한을) 굉장히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북한이 앞으로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 차원으로 쓴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앞서 <사랑의 불시착> 제작진은 탈북민 곽문안 작가가 보조 작가로 이 작품에 참여해 세밀하게 최종 검증 작업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북한군 병사가 2003년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스비에스)를 보느라 북한에 불시착한 윤세리(손예진 분)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동료 병사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이나 선진국이 경쟁 속에서 협력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협력 속에서 경쟁을 추구합니다. 그렇기에 (동료가) 대한민국 드라마를 보다가 월북자를 놓쳐도 드라마처럼 모두가 묵인하고 넘어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봅니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갈무리
또 실제 북한 사람들의 형편은 드라마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드라마처럼 밤에만 정전이 되는 수준이 아니라 하루 종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날도 많을 정도로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고, 극소수의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냉장고가 없어 소금독과 김치움에 음식을 보관하고 있으며, 아예 냉장고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는 겁니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갈무리
드라마에서는 다소 코믹한 에피소드로 그려진 ‘숙박검열’에 대해서는 “한 달에 서너 번은 숙박검열을 한다, 숙박검열의 목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검열자) 진급이고, 걸리면 누군가는 죽겠지만 누군가는 진급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일 아침 주민들이 공터에 모여 집단체조를 하거나, 마을 어린이들이 열 맞춰 등교하는 모습도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요즘 북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