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0 05:00
수정 : 2020.01.10 09:44
[2020 새해 기획] 중국 기술전쟁 현장을 가다
‘중공업’ 린강, 스마트산업단지 도약
“힘 집중하면 무슨 일이든 이룬다”
중국 정부 면세 등 전폭적 지원
“‘우리가 힘을 집중하기만 하면 무슨 일이든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난달 20일 취재진을 안내한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린강신구역 공무원은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첫 국외 공장인 ‘기가팩토리3’를 가리키며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그의 얼굴엔 자신들이 자랑스러운 일을 해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중국에서 60년을 산 통역자는 중국 공무원들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해 큰 성과를 일궈냈을 때 이런 표현을 쓴다고 했다. 테슬라 공장은 상하이 시내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가량 걸리는 곳에 있었다.
실제로 이 공무원이 자랑스러워할 만했다. 테슬라 공장은 지난해 1월 기공식을 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말 첨단 전기차 ‘모델3’를 처음 생산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가 행정절차를 빠르게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 자동차에 대해 소비세 10% 면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이 공장의 성공적인 출발은 최근 테슬라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리는 호재로도 작용했는데, 중국식 국가주도 자본주의의 앞길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30여년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세계의 공장’ 노릇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전환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제조업을 노동 집약 산업에서 기술 집약의 스마트 산업으로 도약시켜 2025년 글로벌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제조2025’ 프로젝트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선 데는 이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린강신구역은 그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8년 11월 상하이에 ‘3대 임무’(‘중국판 나스닥’ 커촹반 출범, 자유무역시험구 확대, 장강 삼각주 일체화)를 부여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다. 상하이시는 2013년 처음 자유무역시험구(총면적 120.7㎢)를 설립한 데 이어,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 거의 같은 규모로 린강신구역(119.5㎢)을 추진했다. 중공업 지대인 이곳을 반도체와 인공지능, 바이오의약,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등 신산업 단지로 전환해 자유무역시험구를 확대해나가는 차원이다. 한 간부는 “자유무역시험구가 역사적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만들어졌으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급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박현 기자 hyun21@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