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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5:00 수정 : 2020.01.10 07:21

중국 상하이시를 가로지르는 황푸강 강변 와이탄 지역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강 건너 푸둥 금융지구에 있는 이 지역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타워와 고층 빌딩들을 구경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2020 새해 기획] 중국 기술전쟁 현장을 가다
미국 바짝 추격하는 중국 벤처캐피털

중 정부 ‘대중창업’ 전폭적 지원
민간자금 모은 뒤 정부자금 신청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에 투입돼
인터넷 대기업은 투자 선봉에

2018년 벤처투자 1048억달러
한국 투자액의 19배 규모
미-중 갈등으로 작년엔 주춤

중국 상하이시를 가로지르는 황푸강 강변 와이탄 지역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강 건너 푸둥 금융지구에 있는 이 지역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타워와 고층 빌딩들을 구경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벤처캐피털은 흔히 ‘벤처의 설계자’로 불린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한 뒤, 자신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확장을 도우며 최종적으로 상장까지 이르게 하는 숨은 공로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처캐피털은 한 나라의 벤처 생태계의 발달 정도를 보여주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과연 중국은 벤처캐피털에서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춰가고 있을까.

지난달 17일 상하이 창닝구에 있는 벤처캐피털사인 뉴마진벤처스 사무실에 들어서자 30대 중반의 남성이 취재진을 맞았다. 이 회사의 재무전략과 투자방향을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주이판 시에프오는 대학에서 법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회계법인을 거쳐 경영학 석사(MBA) 과정도 마쳤다고 했다. 한국이나 미국의 투자업계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커리어다.

20년 된 이 회사는 투자 규모가 150억위안(약 2조5천억원)으로 상하이에서도 대형급에 속했다. 1999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국, 과학원, 상하이시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국유기업이었으나 2006년 민영화됐다. 주로 인터넷, 핀테크, 아이티 제조업 등 분야의 기업 400여곳에 투자한다. 직원이 모두 160명으로, 이 가운데 전문심사역만 50명이다. 자체 심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 시에프오는 “가파르게 성장을 하다 보니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심사 쪽을 강화했다”며 “투자 결정 때 유망한 산업 분야인지를 가장 중시하며 해당 업종의 경쟁 수준,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경영진 구성을 꼼꼼히 살핀다”고 말했다.

재원은 대부분 민간에서 조달한다. 주 시에프오는 “정부 자금은 펀드의 20%까지만 가능하며, 시 정부가 투자하면 40%까지 되지만 이는 흔한 사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2년간 경기가 좋지 않아서 민간 쪽 투자 비중이 점점 하락하는 대신에 정부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벤처캐피털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대부분 국유인 은행들과 달리, 벤처캐피털은 민영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부 입김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정부 자금인 모태펀드가 펀드 구성의 20%대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비슷한 구조인 셈이다.

스타트업이 자금을 투자받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과거 한국에서 벤처 거품이 생겼을 때 나타났던 ‘눈먼 돈’이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벤처투자 시장을 모두 경험한 한 전문가는 “중국 정부의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민간의 여러 투자기관에서 어느 정도 자금을 모집한 다음에야 제안이 가능하다”며 “그래서 정부 자금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입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보다 중국의 벤처투자 시장이 경쟁이 더 치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이미 미국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벤처자금을 추적하는 미국 프레킨 자료를 보면, 2018년 중국의 벤처투자 규모는 1048억달러(약 121조원)로 미국(1106억달러)에 약간 못 미쳤다. 이는 같은 해 한국의 벤처투자액(약 6조5천억원)의 19배 규모다.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 인터넷 대기업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텐센트는 한 해 투자 규모가 12조원(2018년)으로 한국의 전체 벤처투자액보다도 많다.

벤처투자는 2014년 리커창 총리가 국민 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하자는 뜻을 담은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기치로 전폭적인 창업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불이 붙기 시작해 5년간 급격하게 팽창했다. 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갈등이 시작되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려 그해 하반기부터 투자 규모가 둔화하고 있다. 금융 부실 우려로 중국 정부가 은행과 보험 쪽의 벤처투자를 제한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에는 벤처투자 규모가 약 500억달러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미-중 무역갈등과 경제상황은 앞으로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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