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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8 06:01 수정 : 2020.01.17 09:50

[한겨레-책읽는사회문화재단 공동기획]
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② 안양시 ‘석수시니어독서클럽’

노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자식들을 앞에 두고 “너희에게 상속할 재산은 없다. 하지만 늙어서 병으로 인해 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육체적·정신적 건강 관리를 하려면 책을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며 비슷한 연배의 친구를 사귀는 일이 최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2016년 1월 안양으로 이사를 했다. 석수도서관을 찾아가 독서동아리 모임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독서진흥팀 유옥환 팀장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동아리가 구성되었다. ‘석수’에서 ‘석’의 셋이라는 뜻과 ‘수’자를 따와 매월 세번째 수요일에 모임을 하기로 하고 ‘석수시니어독서클럽’을 만들었다.

그해 9월에 첫 모임을 했다. 봄, 가을 숲 치유 프로그램이나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도서관 담당자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400쪽 상당의 연간 자료집 <책 읽는 어르신>을 큰글씨책으로 만들어 주니 자녀들에게도 자랑을 할 수 있어 아주 뿌듯하다. 독서모임을 통해 노년에 새 친구를 만들어 지낸다는 것은 삶에 새로운 수혈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임 4년째를 맞는 지난 6월19일, 우리는 모임을 색다르게 진행했다. 2주 전, 황아무개 회원님이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그분이 앉았던 책상에는 추모 꽃다발이 놓였다. 시작하기 전 모두 일어나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렸다. 산 자와 죽은 자의 합동발표회였다. 고인은 평소 인터넷 활용을 어려워해 독후감 제출을 힘겨워했지만 모임만은 빠짐없이 참석하였고, 자신이 이야기할 차례가 되면 오래된 시를 암송해 들려준다든지 가곡을 불러준다든지 하여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그런데 지난 4월 중병을 진단받고 투병 중에도 ‘친구야 놀자’란 주제의 독후감을 준비해 유고로 남겨 놓고 간 것이다. 석수시니어독서클럽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회원 한분이 추모곡을 부르고, 먼저 떠난 회원을 애통히 여겨 쓴 자작시를 낭송하였다.

“누가 떠나실 때 독후감 보내라 하였나요?/ 우리 독서 모임 친구들과 더 노시고 싶으셨는지/ 김옥교 수필집에서 ‘친구야! 놀자’의 독후감을/ 병실에서 정리한 유고가 전해져 가슴이 미어집니다./ 우리 석수시니어독서클럽에서/ 늘 멋스럽게 감동을 주시었던 일/ 잊지 못하고 추모의 정 보내오니/ 님의 영혼 바람 되어 세상 구경 훌훌 떠나소서!”(‘사랑하는 회원 동지를 앞세우며’ 가운데)

고인은 삶을 연장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거부하며 에밀리 브론테처럼 조용히 다음 세계를 맞이했다 한다. 평균 나이 76살, 노년의 황혼길에 외롭지 않게 손잡아 주는 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

글·사진 박인희 석수시니어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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