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8 18:06
수정 : 2007.06.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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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범섭 인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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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그렇게도 견고했던 분단의 벽, 그러나 마침내 그 벽을 뚫고 민족의 ‘꿈과 희망과 미래’를 실은 철마는 달렸다. 문득 떠오른다. 56년 전, 비오듯 퍼붓는 총탄 속에 마지막 기적소리를 내려놓고 곤히 잠들어야 했던 ‘철원 벌의 녹슨 철마’가 아니던가. 이제 통일을 향한 연습은 끝내자. 냉전시대가 파놓은 어두웠던 동굴 시대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분단의 장벽을 넘어서 오갔던 오늘의 이 시험나들이를 정기운행으로 해야 함은 물론 대륙을 가로질러 세계로 뻗어나가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첫걸음조차 ‘시험운행’이라는 족쇄로 꽁꽁 묶여 있는 선명함이 말해 주듯 이 철마의 앞길은 지뢰밭일 수밖에 없다. 이 ‘시험운행’ 길에 침목을 깔아주긴 했어도 ‘2·13 합의’가 우리와 세계의 애간장을 태웠던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 우리가 그냥 단순하게 ‘예금인출이나 송금’ 문제로 가볍게 이해했던 북한의 동결자산이, 하나로 작동하는 세계의 금융 시스템에 걸려 아직까지도 해결이 안 된 채 우리와 세계를 허탈하게 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막 분단의 벽을 허물고 통일의 길로 들어서는 이 철마의 앞길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겪어내야 하는지를 짐작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통일의 길이다. 그것은 20세기라는 한 시대의 어둠을 청산하는 것이며, 더구나 그 바탕 위에서 21세기를 건설하려는 세계의 의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사의 현실이자 현장이다.
돌이켜 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 7천만 겨레가 한결같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통일로 가는 어떤 걸음도 우리는 거북스러워했다. 그뿐인가. 때때로 아니 일상으로 ‘분단의 벽’ 저 너머 사는 한겨레 한 형제를 향해, 너희들의 세상은 ‘세상이 아니고 지옥’이라며 서로 저주를 퍼붓기 일쑤였다. 그러다가도 손만 잡으면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혹, 저 플라톤이 말하는 동굴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서 그 동굴의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면서 그림자를 따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은 아닌가. 그래서 오직 그 그림자가 지시하는 대로 살아가는 결박된 동굴의 수인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분단을 창작한 자들의 설계도를 따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결박된 수인은 아닌지, 우리 자신을 향하여 묻지 않을 수 없다.
동굴을 박차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햇살 가득한 넓은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플라톤이 ‘동굴의 비유’에서 말한 대로 낯설지만 동굴 밖의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 안에 굳게 자리잡고 있는 동굴의 벽에 일렁이는 왜곡된 현상을 걷어내야 한다. 그것은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저 어두웠던 냉전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때 ‘빨갱이’라는 도깨비도 도망갈 것이며 ‘국가보안법’이나 무슨 ‘형법’이라는 살인 도구도 살아질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동굴을 벗어났을 때, 비로소 사람과 세상과 진실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일 것이다.
동굴을 벗어나자. 아니 동굴을 허물어 버리자. 그래서 ‘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 가는데 없는데 ~’ 왜 ‘광주보다 가까운 평양은 못 가’라는 어떤 노랫말처럼, “여봐요, 택시기사! 평양까지 갑시다” 라는 말을 해 본다면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통일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후에 오는 것이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생명의 이치가 생명과 환경의 창조이듯이 우리도 통일을 창조해야 한다. 그때 철마는 우리의 꿈을 싣고 경적을 울리면서 대륙을 횡단하여 세계로 달려 나가지 않겠는가.
심범섭 인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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