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7.31 17:48 수정 : 2007.07.31 17:48

유달승/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시론

지난 19일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게 납치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인질사건 이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온 국민이 귀기울이고 있다. 인질 협상은 난관에 봉착해 있고 점차 장기화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정부의 제안은 이제까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새로운 카드는 더 이상 제시하기 힘들 것 같다. 유일한 해법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 해법도 결코 쉽지는 않다. 그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에 기인한다.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현지에서는 카불 시장이라고 부른다. 이는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통치력을 상징한다. 카르자이는 파슈툰 두라니족 출신으로 1997년 중앙아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추진했던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중단되었던 이 사업은 2005년 4월 재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는 그는 지난 4월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된 잘마이 칼릴자드와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르자이는 미국과 미국 석유회사의 지원으로 권력을 장악한 인물로 아프가니스탄의 지지기반은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탈레반 정권은 붕괴되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저항은 끝나지 않았다. 카르자이 정권의 부정부패와 무능에 반대하는 반정부 세력과 미군을 비롯한 외국군의 지배를 반대하는 반외세 세력이 결합하여 탈레반이 부활한 것이 아니라 ‘신 탈레반’이 탄생하였다. 신 탈레반은 정통 탈레반을 주축으로 민족주의자과 이슬람원리주의자뿐만 아니라 토착 군벌까지 결합된 연합전선체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반미감정을 뛰어넘어 반미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탈레반이 테러단체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탈레반은 미 국무부의 해외 테러리스트 목록에 올라 있지 않다. 미국이 탈레반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미국은 2006년 ‘새로운 중동 구상’을 제시했고 이는 페르시아만에서 카스피해로 연결되는 에너지 패권 전략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포함하는 ‘확대 중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은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 대륙을 연결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에 토대를 두고 있다. 첫째,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활용해 카스피해의 천연자원을 통제할 수송로를 만들려고 한다. 이는 안정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를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둘째, 중동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필요로 한다. 이란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유일한 국가다. 미국은 이란의 동부 국경선과 연결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이란을 견제하고 압박하고자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침략과 분쟁으로 점철된 비극의 역사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을 ‘아시아의 각축장’, ‘침략자의 무덤’이라고 한다. 1979년 아프간 침공 이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의 늪에 빠져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제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의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이제 미국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유달승/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