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05 18:32 수정 : 2007.10.05 18:32

정현백/성균관대 사학과 교수·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시론

2년 전, 개성시범관광을 떠났을 때 일이다. 자유로를 나와, 남과 북의 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을 빼면, 우리가 탔던 버스가 서울을 떠나 개성공단에 도착하는 데는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때의 황당한 기분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고 할까? 개성을 출발해 도로를 2시간여 달리자, 평양에 도착했다. 중간에 수곡휴게소에 잠시 들렀으니, 2시간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이렇게 우리가 지척에 있었는데, 왜 그리 마음이 멀고 소원했을까?

몇 해 만에 다시 찾은 평양거리는 차분했다. 차가 지날 때 붉은 꽃술을 흔들며 환호하는 환영 인파는 20분 남짓 이어졌다. 평양 시민의 호의와 기대를 읽을 수 있다. 2000년의 평양에 비하면, 도시는 훨씬 활기가 넘쳤고 밝아졌다. 곳곳의 건물이나 간판들이 페인트로 단장돼 있었다. 평양은 잿빛도시를 탈출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거리의 나무에 성탄절을 연상하는 화려한 네온 장식등이 켜진 일도 특이했다. 이에 호기심을 보이자, 동승했던 북쪽 안내원은 손님에 대한 호의를 보이려는 장식이라고 강조했다. 전력 사정도 전보다 나아 보였다. 거리에 불 켜진 집들이 늘어난 것 같았다. 지난 8월에 수재를 겪었는데도, 평양거리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잘 정리돼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느낀 또다른 점은 북쪽이 정치문제와 관련해 매우 절제된 태도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북은 아리랑 공연에서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찬양이 집약돼 있는 서장부분을 생략해 공연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 하에 단결하자는 내용이 카드 섹션에서 잠시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에 크게 무리가 없었다. 전에 비해 거리에서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구호물도 적게 드러나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려는 북의 의중이 담긴 대목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6·15 공동선언의 한 단계 진전과 이를 통한 평화체제 실현에도 강조점을 두었다. 그래서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의 모색이나 종전선언 논의를 실천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강조점은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의 구체적인 진전일 것이다.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경제협력공동위원회 구성,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 해결 등이 그렇다. 그래서인지 참관에도 3대 혁명기념관 내 중공업관, 평화자동차, 서해갑문이 들어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발전과 경협에 대한 북한의 강한 열망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방북에 동행한 특별 수행원 49명 중 기업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엘지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금융권 회장이나 철도공사 사장 등이 동행했다. 이를 통해 기업 총수들이 이번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것 못지 않게 경협을 구체화하는 논의의 실질 진전을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북의 담당인력이 남북 정상회담에 매달린 탓인지, 실제로 특별 수행원을 중심으로 한 7개 분야 간담회에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오가지 못했다. 실질적인 토론이 아니라도 북쪽이 특별 수행원으로 참여한 주요한 남쪽 인사들과의 소통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간의 희망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점은 참석자의 한 사람으로 감동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이제 실천에 대한 걱정이 늘어났다. 이를 어떻게 앞당기고 제대로 실현해 갈지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 책임감과 참여가 중요해진 것 같다. 나 또한 그 책임 주체의 하나일 것이다.

정현백/성균관대 사학과 교수·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