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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4 19:20 수정 : 2008.02.24 19:20

김윤상/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이명박 정부를 일컫는 이름이 많지만 이제 ‘부동산 클럽’이라는 이름도 생길 법하다. 첫 각료 지명자 중에서 실수요 이외의 부동산 과다 소유자가 많아, 과거 한나라당이 들이댄 기준을 적용하면 새 내각은 구성조차 어렵다. 참여정부 시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문제로 낙마했다. 부동산은 대한민국의 주홍글씨가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의 변명처럼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을 소유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은 부동산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삼아왔다. 법이 투기를 금하는 것도 아니고 나만 뒤처질 이유가 없으니, 너도나도 부동산 경쟁에 뛰어들었다. 상류층일수록 자금과 정보가 많아 알짜 부동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뿐이다. 새 각료 후보들이 부동산 부자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하지만 부동산 불로소득은 정당하지 않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주로 토지에서 생기므로 토지에 국한해서 생각해 보자. 토지는 인간의 노력에 의한 생산물이 아니다. 국토는 국민 모두에게 하늘이 준, 유한한 삶의 터전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토지를 소유한다는 사실만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는 데 특별한 지능이나 도덕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상식과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제도 안에서 행동하는 개인이 아니라 제도 자체에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도 있지만 사람이 젊어서부터 자신이 고위 공직자가 될 때를 대비해서 제도가 허용하는 부동산 재테크를 삼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러므로 고위 공직자들이 억울하게(?) 낙마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려면 제도를 상식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벌로 처벌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런 규제는 실효가 없다. 투기를 음성화할 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투기를 촉발하는 원인, 즉 부동산 불로소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그러면 토지는 필요한 사람만 소유하게 되고, 가수요가 사라져 시장도 정상화된다.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토지보유세다.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토지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는 한편 경제에 지장을 주는 다른 세금을 그 수입만큼 줄여가면 경제도 활성화된다. 시장을 중시하고 경제를 살린다고 하는 이명박 정부가 잘 새겨들어야 한다.

이미 재산증식 목적의 토지를 많이 소유한 사람이 고위 공직자로 취임할 때 주홍글씨를 지워주는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그건 공직자윤리법에 주식처럼 토지도 백지신탁하는 제도를 포함시키면 된다.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 공직자가 실수요임을 해명하지 못하는 토지는 백지신탁을 하도록 한다. 이런 토지에 대해서는 퇴직 때 그 토지의 시가와 매입가의 원리금 중 낮은 금액을 돌려주도록 하면 ‘백지’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지신탁자는 불로소득을 포기하므로, 과거의 행위가 투기가 아니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할 필요가 없다. 취임 후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떨칠 수 있다. 또 부동산 불로소득은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사회에 보내는 효과도 있다.

물론 백지신탁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 사전에 토지를 매각하면 그 이전의 불로소득은 그의 수중에 들어가며, 신탁 후에도 실수요 토지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며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이 문제는 저절로 해소된다.


김윤상/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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