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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6 19:13 수정 : 2008.05.16 19:13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시론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해야 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언행이 위태롭다. 국내 공중파 및 케이블 등 방송 정책의 입안·집행·징계권까지 총괄적 권한을 가진 최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가야 할 곳은 가지 않겠다고 하고 가서는 안 될 곳은 가는 식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나 정치권과의 중립은커녕 ‘권력 프렌들리’로 당정협의회에 참석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5월13일 예정됐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업무보고를 거부한 일도 있었다. 이를 두고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은 “이는 헌법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이 13일 참석은 했지만 영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최 위원장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최 위원장이 내뱉고 있는 말을 보면 과연 방통위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의지조차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아가 최 위원장의 언행은 마치 청와대 홍보수석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더 맞지 않으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최 위원장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의 경우 언론 홍보나 대응에 미흡했다. 방송심의위원회가 곧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만 사후 심의하는 ‘사후 약방문식’이 아닌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발언의 내용은 그의 직책과 신분을 본인 스스로 착각하게 만든다.

‘언론홍보와 체계적인 홍보’를 강조하는 것은 권력의 하부기구임을 자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언급이다. 사후심의를 부정하고 사전검열이라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미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기구로 신설돼 구조적으로 권력에 예속된 모습이다. 여기에다 위원장마저 이 대통령 최측근 중의 측근으로 앉혔으니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예상대로 최 위원장은 정치적 행보를 서슴없이 펼치고 있다.

언론개혁 시민연대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방송의 독립과 공공성을 지켜야 할 방통위의 수장이 광우병 논란을 언론 선동 탓으로 돌리거나 언론을 국정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언론단체의 반대를 넘어서 인사청문회까지 무력화하며 초대 위원장에 안착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0일 이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마련한 대선 당시 언론특보 초청 만찬에도 모습을 비쳤다고 보도됐다. 이명박 후보 경선, 본선 캠프의 고문으로서 언론특보들을 총괄 지휘한 바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위원장의 언행을 종합하면 방통위는 이 정부 홍보를 위해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후보 선거캠프에서 이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걸었고 그를 위해 ‘바람막이 병풍’ 운운할 정도로 충성심을 보인 최시중씨가 초대 위원장에 오르는 것으로 사실상 방송의 독립은 끝난 셈이다.


초대 방통위원장을 탄핵한다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고 손실이다. 스스로 결단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최 위원장의 국정홍보 계획과 실행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방송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첫 단계로 한국방송 사장 퇴진을 위해 이사장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후속 인사를 언론특보 출신들로 채워나갈 때 방송독립의 조종이 울리게 될 것이다. 권력과 가까운 만큼 공정성과 중립성은 멀어진 방송, 방송 저널리즘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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