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4 19:47
수정 : 2008.06.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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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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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부는 이번 추가협상이 90점짜리라고 한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실질적으로 수입 금지했고 광우병 특정위험부위(SRM)도 연령과 상관없이 ‘대부분’ 수입 금지했기 때문이란다. 자랑스러운 협상 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겠다는 건지 이해는 안 가지만 일단 정부 말이 다 사실이라고 치자. 따지고 싶은 것은 한 가지다. 그러면 이제 쇠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안심하고 먹어도 될까? 곰탕이나 설렁탕, 피자와 햄버거, 소시지를 먹을 때 광우병 위험이 없다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
불행히도 대답은 아니오다. 정부 말을 다 믿는다 해도 정작 우리가 즐겨 먹는 곱창이나 회수육(AMR), 분쇄육, 꼬리뼈, 사골, 혀 등은 30개월 이하에서는 모두 제한 없이 수입된다. 2006년 수입고시에서는 금지되었던 부위다.
곰탕. 백과사전을 보면 곰탕은 “쇠고기와 소의 위, 곱창 등 내장을 될수록 많이 넣고 오래 끓여야 감칠맛이 난다”는 음식이다. 여기에 “사골·등뼈를 많이 넣어 끓이면 설렁탕이 된다.” 여기서 곱창은 소의 창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럽연합에서는 소의 창자, 즉 소장과 대장은 소 나이와 상관없이 광우병 특정위험부위다. 문제가 되는 파이어스 패치(Peyer’s patch)가 미국 규정대로 소장 끄트머리 50㎝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50m쯤 되는 소장에 모두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는 창자 전체를 광우병 위험부위로 규정하는 것이 올바르고 미국도 2005년까지는 소장 전체를 그렇게 규정했다. 프리온 질병의 최고 권위인 영국 의학연구원은 2006년 대장도 인간광우병 감염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도 있다. 그런데 미국은 소장 끄트머리만으로 광우병 특정위험부위를 축소했다. 과학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버리는 곱창을 일부 아시아국가에 수출하면 연 1억달러의 순수익이 생긴다는 미국 축산업계의 요구 때문이다. 그 아시아 국가가 한국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곰탕과 설렁탕, 곱창을 목숨을 걸고 먹어야 하게 됐다.
피자와 햄버거는 어떤가? 회수육과 분쇄육은 햄버거와 피자, 소시지 등 패스트푸드에 널리 사용된다. 회수육은 미국에서도 학교급식 프로그램에서 금지되었다. 미국 농무부가 하버드대에 맡긴 2002년 연구를 보면 회수육 중 88%에서 척수조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회수육을 살코기라고 표시하지 못하도록 했고 심지어 맥도날드도 이 회수육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척수도 반송할 것이므로 걱정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소량의 척수’는 상관없다는 규정을 붙였다. 왜 이 예외규정이 나왔을까? 회수육에는 척수조직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수육을 허용함으로써 미국 축산업계가 벌 수 있는 순수익이 연 6500만달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은 피자, 햄버거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추가협상이 90점은 된다고? 맞다. 미국 무역대표부에 지난 4월의 한-미 쇠고기 협상이 100점이라면 이번 협상은 90점은 된다. 손해 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막았다는 것인가? 누가 눈알과 머리뼈를 막아 달라고 했나? 정작 막아야 할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광우병 위험부위는 하나도 못 막았다. 이번 추가협상은 일시적 조처이며 민간 자율규제라는 근본적 한계를 다 제쳐둔다 하더라도 곰탕, 설렁탕, 햄버거, 피자를 목숨 걸고 먹게 하는 협상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정부의 자격조건이라면 이 정부는 정부로서의 자격을 이미 잃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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