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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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시작된 촛불시위는 한국 언론이 안고 있는 위기를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강력한 정치 매개자였던 신문과 방송의 낮아진 위상이 그중 하나다.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은 인터넷, 더 정확히 표현하면 시민들에게 넘어갔다. 한국 언론의 심각한 신뢰하락은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언론사들의 극단적인 의견 양극화, 사안의 단면만 보여주는 보도와 정치적 선정성은 ‘국민보다 흥분한 언론’이라는 성숙하지 못한 상을 만들었다. 여기서 자유스러운 한국 언론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누구의 이익에 기반해 있느냐는 또다른 중요한 잣대다. 국민의 이익과 국가권력의 이익을 모순되게 연결짓는 일부 언론 보도는 유례가 없는 광고 중단 압박운동까지 일으켜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더 심각한 위기는 언론활동에 대한 국가권력의 직접 개입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별전담수사팀은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4월29일 방송분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전체 원본자료를 요구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많은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피디수첩의 보도가 완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번역과 영상편집에 대한 사실성과 선정성 논쟁은 일면 타당한 면이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피디수첩 제작진들은 사실관계를 좀더 명확히 설명하고, 보도내용이 공정성을 저해한 부분은 없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만약 문제점이 있었다면, 후속 보도를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디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언론의 자유와 책임 사이의 균형추를 깨는 행위다. 애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협상대표단은 언론중재위원회에 피디수첩을 상대로 사실왜곡에 따른 명예훼손을 이유로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보도문’ 게재라는 직권결정을 내렸지만, 문화방송 쪽의 거부로 현재 남부지법에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청구소송이 민사로 진행 중이다. 그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민사소송과 별도로 검찰에 명예훼손과 관련한 진실규명 수사를 의뢰했고, 이에 검찰은 즉각적으로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조사에 나섰다. 농식품부가 ‘명예훼손에 의한 고소고발’의 형태가 아닌 ‘수사의뢰’를 한 것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국가기관이나 관련 책임자인 공인의 명예훼손이 폭넓게 인정되어 온 판례를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번 협상은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되었고, 국가기관이 언론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택한 유연한 선택은 언론보도의 진실성을 수사기관을 통해 검증케 하는 것으로, 향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국가기구를 통해 견제하고 조사할 수 있게 하는 무서운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정책을 실패하게 만든 의제 제기자’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판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피디수첩이 제기한 내용은 공익적 가치를 담고 있고 정부 감시자로서 언론의 소임을 수행해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도적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형사적 위법성 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재 진행 중인 정정 및 반론보도에 대한 민사소송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나머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검찰의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인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에도 편향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심의기관을 민간기구로 만든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그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언론중재법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밟고 있는 사안을 부당하게 앞지르기한 행위다. 이는 언론철학과 제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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