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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14 18:40 수정 : 2014.08.14 18:40

김택환 경기대 교수

독일의 사회보장제도는 또 한 번 진화하고 있었다. 지난달에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가 주관한 ‘베를린 포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의 사회보장제도를 담당하는 정부, 정당, 노조 등을 방문했다.

독일의 복지제도는 국민정당으로서 보수를 대표하는 기민당/기사당과 중도진보를 표방하는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고 있었다. 독일 의회는 지난달 최저임금제와 연금제도 개혁에 성공했다. 최저임금제는 사민당이 지난 총선에서 내건 서민을 위한 생활정책이었다. 내년부터 시간당 8.5유로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통과시켰다. 한국 최저임금의 2배인 약 1만2000원이다. 최저임금제로 혜택을 보는 다수는 저임금 일용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독일 노동복지부의 국장인 프레트 슈나이더 박사는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약 400만명 이상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고 전망했다.

연금제도 개혁에서도 사민당의 정책을 관철시켰다. 지난 사민당의 슈뢰더 정권이 단행한 복지개혁을 혁신했다. 슈뢰더 정권은 연금을 67살부터 받도록 했으나 이번 대연정은 63살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 혁신한 것이다. 사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슈미트 박사는 슈뢰더 정권의 복지개혁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연정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평가였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 중 하나인 통합서비스노조(Verdi)에서 사회복지정책을 담당하는 유디트 케르슈바우머 박사는 이번 혁신에 대해 “대연정을 통해 이룩한 좋은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한 노조가 좋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도 물론 문제가 많지만 위기상황일수록 협상을 통해 잘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상급단체로 볼 수 있는 복지단체총연합회의 사무총장인 게르하르트 팀 박사는 “우리 입장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의견만 내는 것보다 외부, 노동조합 같은 동맹자를 찾는다”며 “노조와 함께 단결해 입장을 표명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노사문화가 타도나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파트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두번째 대연정은 다시 복지제도 진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민당 출신인 안드레아 날레스 사회복지부 장관은 “사회연방국가로 독일은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연두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대연정이 하반기에 추진할 혁신은 ‘엄마연금제’ 도입과 ‘간병보험제도’의 진화다. 엄마연금제는 “어머니가 집에서 어린아이를 위해 헌신한 기간을 직장에서 일한 것과 같이 동등하게 연금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골자다. ‘엄마의 리더십’으로 유명한 메르켈 총리가 적극적이다.

1995년 법률로 규정한 의무간병보험제도를 혁신하는 내용도 있다. 지금까지 장애노약자를 수발하는 간병에만 보험이 적용되었지만, 향후 치매 같은 정신장애 노약자에 대한 간병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슈나이더 박사는 “간병제도의 혁신을 통해 가족친화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사민당의 클라우스 데드링 박사는 “우리 목표는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이 높은 교육을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자기 힘으로 일하면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든 정부든 독일에서 만난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가였다.

귀국하며 펼쳐든 신문에는 윤 일병 사망 등 사건·사고들로 넘쳐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법률은 여전히 공방 중이다. 독일의 복지수준이 우리에게 호사로만 보이는 현실이 참담하다고나 할까.

김택환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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