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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01 18:50 수정 : 2014.09.01 22:13

롯데는 제2롯데월드의 임시사용 승인을 서울시에 신청했고 서울시는 이를 검토 중이다. 임시사용 승인은 사실 교통에 있어서 중대결정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2년 뒤 이 건물이 엄청난 양의 차량을 잠실로 불러들일 것이 분명한데 그 대책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그 영향을 정교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그곳에 이 정도 규모의 건축물이 허가되었다는 것 자체가 교통적 측면에서 봤을 때 이미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무리수는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이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량의 교통수요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사업을 시행할 경우 미리 당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교통상의 각종 문제점과 효과를 검토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롯데가 지금껏 다섯 차례에 걸쳐서 ‘승인’받은 이 제도의 결과물인 개선안(탄천변 도로 확장, 올림픽대로 하부 도로 개설, 지하 버스환승센터 설치 등)으로는 이 지역 교통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 심의를 통과했을까? 그것은 이 제도에 개선안을 통한 “조건부 가결”만 있을 뿐 “부결”이라는 선택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개선안이 조건부로 가결이 되면 그다음은 거의 일사천리라고 봐도 된다. 이에 롯데는 ‘심의’가 통과되었는데 왜 시비를 거느냐고 항변하고 있고, 서울시는 교통문제는 예상은 되나 법적 하자가 없으니 개선안의 시행 여부만 반복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다. 교통 전문가들 또한 제도적 울타리 밖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형국이다. 기업, 공무원, 전문가 집단 모두가 면피를 한 상황인데, 심각한 교통문제가 발생한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뿐이다.

이 제도는 서울시의 닉네임이었던 “교통지옥”이라는 별명을 떼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공이 있고, 기업이나 지역의 이기주의를 공공의 잣대로 정비할 수 있는 제도적 마지노선의 구실도 해왔다. 하지만 이 제도의 여러 맹점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정해진 시일 내에’ 심의·승인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빨리빨리” 문화의 결과다. 정책결정자들이 사업의 영향을 “빨리” 파악하여, 이를 “차질 없이”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제도다. 사업을 하다 보면 차질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것을 무시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수립하면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제도다.

네덜란드에서는 활주로 하나 확장하는 데 15년, 철도 노선 하나 결정하는 데 30년이 걸리기도 했다. 공사비가 없어서도 아니고, 공기 연장이 공사 비용을 높인다는 것을 몰라서도 아니다. 다만 도시를 구성하는 시설물(Built Environment)은 일단 건설되면 한 세대에서 그것을 수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신중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개선안을 내놓고, 그 개선안 시행이 완료도 안 된 시점에서 ‘임시사용 승인’을 요청하는 롯데라는 기업과 그것을 두달 만에 검토해주는 서울시 모두 ‘법을 어기지 않은 속도위반’을 했다.
김남석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

이러한 신속성과 사회구성원과의 합의의 정도는 대체로 이율배반관계(trade-off)에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에는 구성원의 합의가 배제된 경우가 많고, 구성원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회는 조금씩 서로 희생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에 속도가 빠를 수 없다. 제2 롯데의 문제는 ‘임시사용 승인’ 가부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를 구성하는 대규모 시설물의 건설을 우리 사회가 어떤 속도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느냐의 문제다.

김남석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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