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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15 18:25 수정 : 2014.09.15 18:25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의 보수세력은 현실정치에 대한 지배를 넘어서서 이제는 역사에 대한 인식과 기억 그리고 평가를 둘러싼 담론을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 사회의 이념과 역사의식을 바꾸는 데 <한국방송>(KBS)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다. 공신력과 시청률 그리고 파급효과에서 어떠한 언론도 따라갈 수 없는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이나 특집 프로그램은 사회현상과 가치를 둘러싼 시각과 관점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이인호 이사장을 무리하게 선임한 것도 이념 싸움에 동원할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다.

한국방송은 운영과 제작 그리고 편성이 바로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국민의 방송이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합의한 상식과 정체성을 방송이라는 매체에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최고 의결기구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국민의 역사인식 및 민주주의 의식과는 동떨어진 사람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고 독재정권을 두둔하는 그의 의식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과는 매우 다르다. 공영방송이 특정 세력이나 집단의 이념적 선전도구가 되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그 폐해는 한 시대와 세대를 넘어 두고두고 사회를 퇴행시킬 것이다.

한국방송의 운영은 집행기관의 최고 책임자인 사장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사장이 이끄는 이사회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방송법에도 분명히 규정해 놓았다. 사장의 임명과 해임을 제청할 권한이 있다. 얼마 전 길환영 전 사장이 이사회에 의해 해임 제청되었다. 이사회가 사장이나 간부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매우 많다. 우선 예산과 결산을 심의·의결하기 때문에 이사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사장은 방송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공개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더라도 방송 기본 계획안의 의결 등 방송의 방향과 기획 편성에는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하게 열려 있다. 마음만 먹으면 역사와 이념을 둘러싼 대형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도록 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 정기 개편 때도 사장의 보고를 받으면서 편성의 방향과 내용에 요구를 할 수 있다. 정관에 방송 공정성이나 제작 자율성 등에 대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권한도 있으니 방송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이사장 혼자 모든 결정을 하는 구조는 아니긴 하다. 소수지만 야권 추천 이사도 있고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는 표결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권력의 의중이 실려서 선임된 이사장은 다수로 구성된 여당 추천 이사들의 실질적 구심점이다. 이런 자리에 편향적 역사관과 현실인식을 가진 사람이 왔으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의 핵심적 공론장이며 보편적 상식과 가치를 담아내고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공영방송으로서 한국방송의 책무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방송의 사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가 기간방송을 이끌고 운영할 능력과 방송 독립의 의지와 자질을 검증받도록 하고 있다. 반면 최고 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이사장은 아무런 기준도 국민적 검증도 없이 선임되었다. 이인호 이사장은 공공이익의 수탁자인 공영방송의 이사장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지를 스스로 입증해야만 한다. 마침 야권 추천 이사들은 이 이사장의 역사관과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구한 상황이다.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게 국민의 뜻을 대의할 수 있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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