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6 18:49
수정 : 2015.03.16 18:49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감상은 크게 두 가지였다. 블랙홀, 웜홀, 다차원의 평행우주론까지 동원된 과학영화로 이해하는가 하면, 가족애를 그린 영화로 수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느 쪽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재밌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가 나름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면 그 기본은 아인슈타인이 제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를 다녀오면 아버지와 딸의 나이가 역전될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상대성이론이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우주영화를 기다릴 수 있는 것도 그이의 천재성 덕분이다.
그런데 천재의 유소년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말썽꾸러기도,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상을 독점한 모범생도 아니었다. 수줍고 유약한 학생이었다. 부모는 절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톨릭학교로 보냈다. 독일은 유럽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르게 규율과 절제의 문화가 강하다. 그래서 교육의 평균적 성취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시민의식도 뛰어나지만 자유롭고 창조적인 문화적 관점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지 않다. 축구도 조직력과 절제력이 뛰어나 승률이 높지만 프랑스나 브라질 등의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그는 딱딱하고 엄격한 학교에 주눅이 들어 지냈다. 이른바 부적응 학생이었다. 엄격한 규율과 라틴어까지 습득해야 하는 교육과정이 그에게는 맞지 않았다. 수줍음은 고쳐지지 않았고 선생님들의 질문에 즉각 대답을 하지 못해 질책을 듣기 일쑤였다.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아인슈타인은 독방에 무려 8시간이나 감금되는 벌을 받기도 하고, 급기야 퇴학을 당한다.
뮌헨의 학교를 떠나 그는 스위스로 간다. 거기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는 것도 아니다. 단지 뮌헨의 학교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평범한 학교생활을 한다. 물리와 대수학 정도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보이나, 다른 분야에선 평균적인 수준을 넘지 못했다. 연방취리히공과대학을 마칠 때까지도 자신이 좋아했던 물리와 수학 등을 즐겼던 것이지, 주변에서 인정할 만한 탁월한 성취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이 엄격한 규율의 학교문화에 잘 적응하고 흥미가 없었던 라틴어나 문학을 힘겹게 공부했다면 상대성 원리가 세상에 나오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그것을 스스로 보정할 기회가 주어지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양분을 쌓아갔기에, 세상을 보는 시각을 뒤집는 탁발한 성취를 거둘 수 있었으리라. 자신의 성장 속도에 따라, 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충분히 몰입하고 즐기는 경험이 축적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마치 봄여름 충분한 햇살, 물, 거름, 바람이 뒤섞여 가을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모든 학생들이 다 아인슈타인이 될 이유도 없다. 평범하나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면 되는 것이다. 그중에 어쩌다 한명, 군계일학이 있는 것이지, 모두가 다 학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사회를 보면, 모두가 다 학이 되려고 하고, 학을 기르려 하나, 닭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급학교를 갈수록 탈락자를 양산하고, 열패감을 갖게 한다. 이반 일리치의 말대로 배움을 학교에 의지하고, 건강을 병원에 의지할수록, 진정한 지식과 건강은 오히려 멀어져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학교와 병원이 많아진다는 것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오히려 무지와 질병이 양산되고 있다는 징표라 역설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아인슈타인을 퇴학시켰던 그 학교의 현재 이름이 아인슈타인학교다.
윤영소 홍천해밀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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