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09 20:09
수정 : 2016.03.09 20:20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 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태도를 설명했다. 8일 열린 양회 기자회견장에서였다. 북한 제재와 중·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의 발언 가운데 주목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왕 부장은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와 관련해 “전면적이고 완전한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왕 부장이 언급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집행은 한국과 미국이 중국에 기대하는 것과는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왕 부장은 우선 2270호 결의에 전제가 있다는 것과 6자회담을 지지한다는 것을 거듭 천명했다. 또 “각 방(국가)이 긴장을 격화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중국이 주장하는 ‘전면적이고 완전한 집행’은 단지 중국이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의무만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한국과 미국도 6자회담 재개에 노력하고 한반도의 긴장이 격화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전면적이고 완전한 이행”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등의 여론은 중국이 북한에 ‘더욱 철저하고 전면적이며 완전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심지어 중국이 북한을 위해 제재에 빈 구멍이 생기게 하거나 심지어 ‘민생 분야는 제재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핑계로 계속 북한을 지원할까 우려한다. 왕 부장은 이러한 한국과 미국의 우려에 대해 중국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결의를 이행하겠다. 필요한 평가와 검증과 감독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우려에 대한 답변이다.
왕 부장은 한반도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동시 추진이 그것이다. 그는 대화를 통한 북한 핵 문제의 해결 방식에 있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한 태도를 나타냈다.
과거 중국은 외부 세계가 연합하여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인상을 주지않으려 6자 회담을 지지했다. 그래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5자 회담 등 북한을 배제한 대화 방식에는 신중하게 대처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왕 부장은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3자, 4자, 5자 회담 등 만약 한반도 핵 문제를 대화의 테이블로 되돌리는 것에 유리하기만 하다면 중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언급했다. 왕 부장의 말은 ‘회담 테이블로 복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며, 이것이 바로 그가 계속 강조했던 ‘근본적 해결책’이다.
북한의 핵개발 의지와 외부의 적대시 정책으로 인한 북한의 불안감이 북핵 문제의 원인이다. 중국은 ‘비핵화는 국제 사회의 목표지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북한의 요구는 합리적인 것’으로 여긴다. 다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전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맞물린데다 현재 북핵 위기가 심화되고 대치 정국이 가중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왕 부장은 또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두터운 우호 전통을 가진 국가 간의 정상적 관계’라고 중·북관계를 설명했다. 중·북관계는 오랫동안 ‘혈맹’, ‘순망치한’ 등으로 표현됐다. 양국 관계가 오랫동안 ‘특수한 관계’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두 나라는 차츰 다른 발전 경로를 걸었고 체제와 발전 모델 역시 다르다. ‘이데올로기론’이나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일부 냉전론자만이 중국과 북한을 한묶음으로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전통적 중·북 우호관계도 소중하게 여기며 북한의 발전과 국가 안전에도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외교적 표현이지만 이는 중국 외교의 오랜 이념이고, 중국이 취하고 있는 대북 정책의 진면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향이 ‘북한 포기론’이나 ‘짐벗기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또 ‘중국은 한반도의 최대 이웃국가로서 한반도 안정이 훼손되거나 중국의 이익이 정당한 이유없이 침해받는 것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이는 중국이 군사적 행동 등 극단적 수단으로 한반도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포함해 중국의 안전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왕이 외교부장이 표현한 ‘전쟁 발발이나 소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레드라인, 그리고 한국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항장이 검무를 추는 것은 패공(유방)을 살해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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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이 인민화보 월간 <중국> 총편집장·전 <신화통신>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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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왕 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을 때 한국과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 훈련을 하고 있었고, 북한도 이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핵 공격을 하겠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한쪽에선 요란한 포성이, 다른 한쪽에선 날선 위협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왕이 외교부장의 말을 귀담아 들은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장충이 인민화보 월간 <중국> 총편집장·전 <신화통신>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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