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지난 1일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화해·치유재단)에 보낸 10억엔(약 108억원)의 돈이 국내 거래 은행에 입금되었다고 확인했다. 작년 연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외교장관 합의 이후, 정부의 자화자찬과 합의 ‘강행’ 의지에 피해자 할머니 및 지원단체의 매혹한 비판과 합의 ‘파기’ 요구가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재단을 통한 10억엔의 사업 실시가 임박하면서 그 갈등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문제를 이 지경으로까지 꼬이게 한 것은,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내용에 덥석 합의하고, 그 비판에 대해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여 합의 이행을 강행하면서,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피해당사자와 지원단체를 배제해온 정부의 태도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가 먼저 결자해지의 자세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화해·치유재단에는 합의 실행을 ‘강행’하는 대신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상태에서 10억엔의 사업이 실시된다면, 그것은 위안부 문제의 파국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이며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로 남게 될 것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간을 두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성의를 다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지원단체에는 조건부로 합의를 수용하는 자세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일본 총리의 직접 사죄 표명. 둘째, ‘사실상’의 배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예산 조치, 즉 재원의 명확화. 셋째, ‘소녀상’에 대한 언급의 중단이다. 이상의 내용은 한국 정부가 단호한 자세로 일본에 요구하면 합의의 기본 정신 안에서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다. 이렇게 일단 정부와 지원 단체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자세를 고쳐 앉고, 합의 ‘수용’의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화해·치유재단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설명회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개별적인 면담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미 위안부 문제가 개인 차원의 해결이 아닌 공공적 해결을 모색해온 문제라는 점에서 설명회는 정대협 등 시민단체,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관계자 등이 참관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나아가 설명회는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할머니들이 마음을 열어주실 때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화해·치유재단’과 ‘정의기억재단’ 관계자가 서로 교환 파견되어 활동을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가며 화해·치유재단 운영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와 할머니, 그리고 정부와 지원단체 사이에서 신뢰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10억엔의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지금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현실은 너무도 위중하다. 합의에 대한 반대가 이토록 강경한 상황에서 이를 강행하는 것은 어쩌면 영구히 지속될 문제의 씨앗을 새로 심어놓는 우행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파기한다는 것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로지 외교의 힘으로 생존과 번영, 평화와 통일을 일구어 나가야 할 한국의 입장에서 합의 ‘파기’라는 이력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외교력의 손상에서 오는 국익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국민이다. 합의가 ‘강행’되어도, ‘파기’되어도 우리는 커다란 부담을 안고 상당 기간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강행과 파기 사이에서 슬기로운 해법을 찾는 일을 더 미루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정부가 먼저 ‘강행’을 멈추어야 한다.
칼럼 |
[시론] ‘위안부’ 합의 강행, 이대로는 안 된다 / 남기정 |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지난 1일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화해·치유재단)에 보낸 10억엔(약 108억원)의 돈이 국내 거래 은행에 입금되었다고 확인했다. 작년 연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외교장관 합의 이후, 정부의 자화자찬과 합의 ‘강행’ 의지에 피해자 할머니 및 지원단체의 매혹한 비판과 합의 ‘파기’ 요구가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재단을 통한 10억엔의 사업 실시가 임박하면서 그 갈등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문제를 이 지경으로까지 꼬이게 한 것은,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내용에 덥석 합의하고, 그 비판에 대해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여 합의 이행을 강행하면서,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피해당사자와 지원단체를 배제해온 정부의 태도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가 먼저 결자해지의 자세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화해·치유재단에는 합의 실행을 ‘강행’하는 대신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상태에서 10억엔의 사업이 실시된다면, 그것은 위안부 문제의 파국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이며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로 남게 될 것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간을 두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성의를 다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지원단체에는 조건부로 합의를 수용하는 자세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일본 총리의 직접 사죄 표명. 둘째, ‘사실상’의 배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예산 조치, 즉 재원의 명확화. 셋째, ‘소녀상’에 대한 언급의 중단이다. 이상의 내용은 한국 정부가 단호한 자세로 일본에 요구하면 합의의 기본 정신 안에서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다. 이렇게 일단 정부와 지원 단체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자세를 고쳐 앉고, 합의 ‘수용’의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화해·치유재단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설명회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개별적인 면담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미 위안부 문제가 개인 차원의 해결이 아닌 공공적 해결을 모색해온 문제라는 점에서 설명회는 정대협 등 시민단체,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관계자 등이 참관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나아가 설명회는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할머니들이 마음을 열어주실 때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화해·치유재단’과 ‘정의기억재단’ 관계자가 서로 교환 파견되어 활동을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가며 화해·치유재단 운영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와 할머니, 그리고 정부와 지원단체 사이에서 신뢰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10억엔의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지금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현실은 너무도 위중하다. 합의에 대한 반대가 이토록 강경한 상황에서 이를 강행하는 것은 어쩌면 영구히 지속될 문제의 씨앗을 새로 심어놓는 우행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파기한다는 것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로지 외교의 힘으로 생존과 번영, 평화와 통일을 일구어 나가야 할 한국의 입장에서 합의 ‘파기’라는 이력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외교력의 손상에서 오는 국익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국민이다. 합의가 ‘강행’되어도, ‘파기’되어도 우리는 커다란 부담을 안고 상당 기간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강행과 파기 사이에서 슬기로운 해법을 찾는 일을 더 미루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정부가 먼저 ‘강행’을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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