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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24 18:17 수정 : 2016.11.24 19:00

신봉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미국에서 대선 선거전이 한창일 때였다. 오랜 지인인 미국의 한 북한통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뉴욕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 김정은을 초청해 햄버거를 먹으면서 담판하겠다고 했을 때 그는 실소했다. 외교에 대한 전문성과 관심이 극히 떨어지는 포퓰리스트의 당선은 북핵 문제 해결에는 대재앙(disaster)이라는 것이 당시 그의 생각이었다.

미국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느냐는 사실 대외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2000년 미국 대선을 보자. 법정에서의 지루한 소송 끝에 근소한 차로 앨 고어 후보를 누르고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이후 신보수주의의 네오콘(Neocon)이 주도한 부시 정부는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라크를 침공, 중동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북핵 문제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8년여 유지되어오던 북핵 관련 미-북 제네바합의(1994년)가 무너졌다. 2002년 농축우라늄 사태로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북한이었다. 그러나 댐에 물이 샌다고 아예 댐을 허물어버린 것은 부시 정권이었다. 그후 북한 핵 문제는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다.

트럼프 신 행정부는 우리에게 북핵, 통상 그리고 한-미 동맹의 미래 등 세가지 관점에서 큰 불확실성으로 다가온다. 우선은 북핵 문제다. 국무장관에 누가 임명되느냐의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백악관에서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는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자리에 내정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한-미 동맹을 ‘핵심적 동맹’(vital alliance)으로 언급하면서 동맹을 계속 강화하고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11월18일, 워싱턴을 방문한 우리 정부 대표단에 한 이야기다. 그의 부친은 한국전에 참전한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극단적으로 위험하다, 김정은은 핵 역량을 키우고 과시하고 있다.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단 북핵과 관련해 적극적 태도가 느껴지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오바마 행정부 8년간의 소위 ‘전략적 인내’가 한계에 도달한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강경기조의 대북정책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음은 통상 문제다.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한 것이다. 미국을 떠난 제조업, 즉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회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대미수출에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는 멕시코가 최우선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아자동차에는 부담이 간다. 멕시코 다음은 중국이다. 그러나 솔직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선순위는 아니다.

다음은 동맹의 문제다. 선거 캠페인 중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 전반에 부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놓았다. ‘더 이상 영양가 없는 값비싼 동맹에 얽매이지 않겠다. 당신들의 안보는 당신들이 지켜라.’ 핵심 메시지다. 한국에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부담하라, 전시작전권도 이제 한국군이 가져가라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배치 문제 재검토 또는 설치비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안보비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동전의 양면이다. 그동안 한국의 외교 안보는 어쩔 수 없이 미국의 단단한 장악력(tight grip)하에 있었다. 남북관계도 운신의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이제 한국의 외교 안보는 원하든 원치 않든 ‘홀로서기’라는 힘든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 형편이다. 동맹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외교에서 탈피할 수밖에 없다. 하기에 따라서는 한국이 외교에서의 주도권과 독립성을 강화해 나가는 자주외교, 자주국방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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