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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30 18:38 수정 : 2016.11.30 20:45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빼놓을 수 없는 추악한 민낯 중 하나가 정경유착이다. 돈을 버는 것이 지상과제인 기업들이 지갑에서 몇십억원, 몇백억원을 꺼냈다면 그 이면에는 필히 그보다 더 수지맞는 어떤 경제적 이권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정치권은 이권을 팔고, 재벌 대기업은 돈을 내고 이권을 산 것이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그럼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거래된 이권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면세점 인허가 문제가 있다. 이 사안은 이권의 내용이 워낙 단순해서 상대적으로 그 대가성을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사안이 복잡하거나, 여러 기업이 한꺼번에 연관된 경우에는 이권 거래의 개연성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생각해 보자.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가 거미줄처럼 복잡하다는 말을 뒤집으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은 부족한 총수 일가의 지배 재원을 보충하기 위한 불공정한 합병 추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처리, 보험업법상의 자산운용규제 위반 문제와 자산매각 차익의 계약자 배당 문제, 자사주 활용 제지 동향에 대한 대응,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을 위한 입법 로비, 공익재단에 대한 통제 강화 경향의 대응 등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규제와 싸워야 한다.

그러니 아쉬운 소리 해야 할 곳이 얼마나 많겠는가. 반대하는 국회의원 지역구에는 어린이집과 경로센터 지어줘야 하고, 입바른 소리 하는 교수에게는 용역비 집어주거나, 더 좋은 대학교 교수로 보내주겠다고 약속도 해야 한다. 언론사 광고도 틈틈이 챙겨야 하고, 기관투자가들에는 적시에 돈을 넣거나 빼는 방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써야 한다. 로펌과 법조계에 대해서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래도 제일 어려운 곳이 권력층이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법안 통과 길목에 있다고 해도 결국 일을 이루거나 훼방놓는 핵심은 대통령과 청와대다. 드러나지 않게 “큰 선물”을 해야 할 필요가 존재하는 것이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오래전부터 비선 실세에 관심을 가지고, 스포츠 후원을 줄여나가던 삼성전자가 갑자기 승마협회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삼성 사례보다 더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여러 재벌 대기업이 한꺼번에 연관된 경우다. 예를 들어 지금 국회 기획재정위가 “군사작전하듯” 추진하고 있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그것이다. 이 법은 19대 국회 막판에 강석훈 의원이 발의했다가 자동폐기된 후, 20대 국회 첫날 새누리당 122명, 국민의당 3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법이다. 이 법은 최근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 재단 모금과 관련하여 부적절한 행동으로 문제가 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깊숙하게 간여한 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누구라도 그 법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 의료, 환경, 개인정보 보호 등 각종 규제를 일거에 무력화하고 특히 ‘기업실증특례’라고 하여 해당 제품의 안전성을 기업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한 원혼의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의 귓가에 쟁쟁한데 어떻게 이런 법이 군사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 사회를 오래 산 필자의 짐작은 딱 한 곳뿐이다. 정경유착. 정치권은 겉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운위하지만 속으로는 그 설거지를 자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국정조사특위는 이 법안과 전경련, 그리고 언필칭 창조경제 추진에 앞장섰던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 간의 관련성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든 촛불의 의미를 진정으로 새기는 길이다.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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