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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29 18:30 수정 : 2016.12.29 20:54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국가해양력포럼 대표

대한해운공사를 아는가? 1949년 12월20일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이자, 광복 이후 대한민국 최초의 국영기업이었다. 우리 해운업과 무역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대한민국 교통부 산하 공기업이었다. 정부가 수립된 뒤 최초로 만든 국영기업이 선사였다니 한진해운 청산이라는 작금의 사태에 비추어 볼 때 놀라울 따름이다.

당시로서는 민간이 외항 해운업을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영기업으로 한국의 외항 해운업을 발족시켰다. 당시 우리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가히 선견지명이 높을 뿐 아니라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해운정책이었다. 당시 지도자와 관료들은 이미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꿰뚫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대한해운공사는 발족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대한해운공사는 1968년 7월에 민영화됐고 1980년 이후 대한선주와 대한상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1988년 12월 한진해운에 합병되었다. 1949년에 설립되었으니 약 40년 만에 사라졌지만, 그래도 한진해운으로 한국 해운의 역사가 승계되었다.

한편 한진해운은 1977년에 설립된 이래 약 40년이 지난 지금 대한해운공사처럼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국내 1위 세계 7위, 즉 우리나라 해운의 대명사에 해당되는 한진해운과 같은 국적선사가 이 땅에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다.

지난 9월13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한진해운에 대해 처음으로 고강도 비판의 발언을 했다. 석달이 지난 12월13일에 ‘한진해운은 기업으로 존속할 수 없다’는 회계법인의 보고서가 법원에 제출되었다.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엠에스시(MSC), 프랑스의 시엠에이시지엠(CMA-CGM) 글로벌 해운사들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몸집을 불리면서 해운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 정부는 자국적 선사에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의 1차 책임은 그 기업을 맡아온 경영 주체에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한진해운이라는 기업이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볼 때 기업의 관점보다 산업의 관점에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도 있다. 최근 약 10년간의 해운경기 속에서 기업경영이 아니라 산업경영을 맡아온 정부는 경고음을 울리거나 올바른 정책수단을 수립해 해운기업에 제시했어야 했다. 장관급 조직인 해양수산부와 같은 정부 기관이 세계 해운의 1, 2, 3위 선사가 속한 나라인 덴마크, 스위스 및 프랑스에도 있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순서야 어찌 되었든, 정치 지도자의 의지, 관료의 역량, 기업인의 전문성과 헌신 등 모든 게 부족했던 점이 한진해운 사태의 근본원인이다.

어느 해보다 우울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무역과 한국 경제를 떠받쳐왔던 한국 해운도 저물어가고 있다. 67년 전에 설립된 대한해운공사를 합병했던 한진해운이 무너졌다는 것은 우리나라 외항 해운의 뿌리가 이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해운사에 아니 세계 해운사에 길이 기억될 사건이다.

1979년에 국내 선사로선 최초의 극동~유럽 정기항로를 개설할 만큼 우리 해운을 주도했던 조양상선도 2001년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제 우리는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 해운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산·관·학·정이 머리를 ‘새롭게’ 맞댈 준비를 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해운은 사람의 몸으로 치면 두 다리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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