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1.09 18:27 수정 : 2017.01.09 18:54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본부장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그런 농단을 지켜본 공무원들 중 누구 하나 지난 4년 동안 내부고발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 더 문제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1990년대 초에도 이문옥 감사관, 윤석양 이병, 그리고 필자 같은 이들이 공직사회와 군의 비리에 대해 증언을 했는데 지금은 법으로 보호, 보상까지 되는데 왜 내부고발이 없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꽤 듣게 된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공공기관의 예산 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이러한 부패행위나 그 은폐를 강요, 권고, 제의, 유인하는 행위까지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의 신고 의무도 명시하고 있다. 신고자에 대해 비밀 보장, 신변 보호, 신분 보장, 책임 감면, 비밀준수 면책 등과 같은 보호와 함께 보상도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왜 공직자들은 내부고발에 나서지 않을까?

내부고발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결행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데는 상급자, 동료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도 분명 있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져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받을 것인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이 영향을 미친다. 또 무엇보다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어 결국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면 먹고사는 문제는 누가 해결해줄 것인가 하는 경제적 이유가 크다. 지난 4년 동안 대통령의 권력이 정점에 있었을 때 공직자가 국정농단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 감사원, 권익위에 신고했더라도 제대로 수사, 감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을까? 고위공직자 부패행위에 대해 독립적으로 조사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와 같은 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다음으로 비밀과 신분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그러한 비리를 고발할 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조직에서 몇 안 되기 때문에 신고자가 특정될 수 있고, 당장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승진 누락, 왕따, 사소한 잘못을 사유로 한 가혹한 징계 등 피해를 당할 수 있어 내부고발에 나서기 힘든 점이 있다. 때문에 좀더 확실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현행 보상금은 신고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공공기관 수입의 회복이나 증대 또는 비용 절감을 가져오거나 그에 관한 법률관계가 확정된 때에 신고자가 요청해 권익위 결정으로 받을 수 있는데, 이번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벌어진 일련의 행위들은 신고했을 때 보상금은 실제 기대하기 힘들고 포상금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1년 연봉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신고의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공직자가 자기 직무와 관련하여 신고한 사항에 대하여는 보상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있다. 필자는 국가 차원에서 가칭 신고보상공단을 만들어 운용할 것을 권익위 연구용역에 참여하면서 제언한 적이 있는데, 최근 강준만 교수가 <한겨레> 칼럼에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재벌 총수들이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에 낸 774억원으로 ‘공익제보자 보호기금’을 만들자는 제안이 실현된다면 경제적 이유로 내부고발에 나서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에게 당위적으로 고발에 나서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내부고발자들에 대한 든든한 안전망과 함께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기관을 먼저 제공해야 할 것이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제2의 최순실을, 그리고 제2의 박근혜를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