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탄핵 촛불의 열기가 뜨겁다. 벚꽃 대선도 한발 성큼 다가왔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는 날부터 보궐선거의 사유가 확정되어 곧바로 선거법이 적용된다. 왜 문제냐고? 규제 중심의 선거법 때문에 수십만의 시민들이 처벌받거나 말할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 혹은 태극기 집회의 여진이 헌재의 탄핵 판결 이후에도 지속된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쪽이든 헌재의 판결에 불복한 사람들은 항의집회를 이어나갈 개연성이 다분하다. 일단 선거법 103조의 ‘각종 집회 등의 제한’ 조항 위반이다. 이 집회에서 아무개가 특정 후보, 정당 혹은 구체적인 정책을 거명하며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거나 혹은 그 내용이 담긴 피켓이나 스티커를 나누어주었다고 가정해보자. “박근혜의 아바타 ○○○를 반대한다”라든지 “탄핵선동의 주범 ○○○는 퇴진하라” 등이 예가 될 수 있겠다. 이 경우 공직선거법 90조 1항의 ‘시설물 설치 금지’ 조항이나 93조 1항의 ‘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포·게시 금지’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마이크를 들고 확성기를 통해 위의 구호를 외쳤다면 91조의 ‘확성장치 사용 제한’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혹은 아무개가 입간판에 후보, 정당, 정책 등을 나열하고 행인들로 하여금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이벤트를 했다 치자. 역시 90조 1항 위반이다. 이 놀이의 결과를 온라인에 공표했다고 하자. 이는 108조의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처럼 현재의 선거법은 후보, 정당, 정책에 대한 찬반뿐만 아니라 심지어 단순한 놀이라고 보일 수 있는 정치행위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서 규제하고 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선거일에 표만 찍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국회의원은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대해 여야 합의 사안이라 어렵다는 말만 반복한 채 시종일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면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누리게 되어서 오히려 정치적 평등성을 해칠 수 있다고 점잖은 충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선거의 룰,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보호해야 할 주권자의 권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장 주요한 원칙은 평등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가급적 자유를 최대한 즐기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회는 시민들이 주권을 일정하게 양도하여 구성된다. 시민이 주인이고 국회의원은 대리인인 셈이다. 그런데 대의제가 역사를 거듭할수록 그 관계는 역전된다. 이제 대리인이 주권자들에게 가급적 선거 때 ‘투표’로 말해달라고 은연중 강권하기까지 한다. 대리인을 제대로 뽑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보 교환과 토론, 검증과 평가의 기회는 차단된 채 투표만 하라는 현실, 루소가 말했듯이 선거일에만 주인이 되고 나머지 나날들은 노예가 되어버린다. 그 틈을 타서 대리인들의 기득권은 법의 이름으로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이를 돌려세워야 한다. 주권자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필요하며, 온당한 참여를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정당과 후보,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십만의 범법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국회는 선거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할 것이다.
칼럼 |
[시론] 선거법 개정에 국회가 빨리 나서야 / 조성대 |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탄핵 촛불의 열기가 뜨겁다. 벚꽃 대선도 한발 성큼 다가왔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는 날부터 보궐선거의 사유가 확정되어 곧바로 선거법이 적용된다. 왜 문제냐고? 규제 중심의 선거법 때문에 수십만의 시민들이 처벌받거나 말할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 혹은 태극기 집회의 여진이 헌재의 탄핵 판결 이후에도 지속된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쪽이든 헌재의 판결에 불복한 사람들은 항의집회를 이어나갈 개연성이 다분하다. 일단 선거법 103조의 ‘각종 집회 등의 제한’ 조항 위반이다. 이 집회에서 아무개가 특정 후보, 정당 혹은 구체적인 정책을 거명하며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거나 혹은 그 내용이 담긴 피켓이나 스티커를 나누어주었다고 가정해보자. “박근혜의 아바타 ○○○를 반대한다”라든지 “탄핵선동의 주범 ○○○는 퇴진하라” 등이 예가 될 수 있겠다. 이 경우 공직선거법 90조 1항의 ‘시설물 설치 금지’ 조항이나 93조 1항의 ‘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포·게시 금지’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마이크를 들고 확성기를 통해 위의 구호를 외쳤다면 91조의 ‘확성장치 사용 제한’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혹은 아무개가 입간판에 후보, 정당, 정책 등을 나열하고 행인들로 하여금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이벤트를 했다 치자. 역시 90조 1항 위반이다. 이 놀이의 결과를 온라인에 공표했다고 하자. 이는 108조의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처럼 현재의 선거법은 후보, 정당, 정책에 대한 찬반뿐만 아니라 심지어 단순한 놀이라고 보일 수 있는 정치행위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서 규제하고 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선거일에 표만 찍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국회의원은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대해 여야 합의 사안이라 어렵다는 말만 반복한 채 시종일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면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누리게 되어서 오히려 정치적 평등성을 해칠 수 있다고 점잖은 충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선거의 룰,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보호해야 할 주권자의 권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장 주요한 원칙은 평등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가급적 자유를 최대한 즐기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회는 시민들이 주권을 일정하게 양도하여 구성된다. 시민이 주인이고 국회의원은 대리인인 셈이다. 그런데 대의제가 역사를 거듭할수록 그 관계는 역전된다. 이제 대리인이 주권자들에게 가급적 선거 때 ‘투표’로 말해달라고 은연중 강권하기까지 한다. 대리인을 제대로 뽑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보 교환과 토론, 검증과 평가의 기회는 차단된 채 투표만 하라는 현실, 루소가 말했듯이 선거일에만 주인이 되고 나머지 나날들은 노예가 되어버린다. 그 틈을 타서 대리인들의 기득권은 법의 이름으로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이를 돌려세워야 한다. 주권자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필요하며, 온당한 참여를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정당과 후보,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십만의 범법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국회는 선거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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