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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7 20:36 수정 : 2017.04.27 20:58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26일 새벽 한·미 당국은 100여명도 안 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8000명의 경찰을 동원한 ‘군사작전’을 감행해 사드 장비 일부를 성주에 반입했다. ‘군사작전’이 끝난 뒤 국방부(대변인 문상균)는 “미군에 이미 부지가 공여되었기 때문에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법적으로는 환경영향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주술’처럼 읊조리고 있는 “미군에게 공여된 부지에 국내법 적용 안 된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미 우리 법원은 명확히 공여된 구역에서도 국내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위반하고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이 다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방부는 마구잡이로 장비 반입부터 했다. 법원의 판단은 개의치 않겠다는 점에서 보면 일관된다고 볼 수 있겠다.

2011년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수십년 전에 공여된 평택 오산 미공군기지에 새로운 활주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10구합19256). 법원은 시기와 관련해서도 적어도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기 전, 즉 ‘사전’에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 근거는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에 대한민국 환경 관련 법령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이 없는데다 오히려 ‘대한민국 정부와 합중국 정부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한민국 안에서 일반적으로 집행되고 적용되는 대한민국의 법령 중에서 보다 보호적인 기준’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에 배치되지 않는 대한민국 환경 관련 법령이 당연히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은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외국군대의 부대시설(部隊施設)과 그 구성원·군무원·가족의 거주를 위한 주택시설 등 군사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시설”을 명확히 포함시키고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역시 “이 법은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주류(駐留)하는 외국군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의 목적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평가하고 환경보전 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건강하고 쾌적한 국민생활을 도모함”이다. 국방부 역시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할 때 “지역주민 안전을 보장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최적의 배치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가 ‘법’상의 환경영향평가를 피할 방법은 없다. 우리 환경영향평가법 어디에도 사드를 배치할 때 ‘도의적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족하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판결문 어디에도 “공여된 구역에 국내법 적용 안 된다”는 내용이 없는데, 무시하고 진행하는 것은 입법자와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다.

올해로 소파가 시행된 지 50년이다. 소파가 시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소파 자체가 치외법권 지대를 설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접수국’ 법령을 존중해야 한다는 명시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국방부는 스스로 나서서 국내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주권을 갉아먹고 있다. 우리 국민 누구도 국방부에 주권을 처분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 국방부는 ‘주권’을 유린당한 국민들의 분노가 아직 한창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방부와 한국 경찰이 보호해야 할 사람은 미군이 아니라 국민들, 성주와 김천의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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