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5.03 18:58 수정 : 2017.05.03 20:49

강남훈
혁신더하기연구소 소장, 한신대 교수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을 권한을 남용하였다는 사유로 파면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무능력을 더 큰 탄핵 사유로 생각하고 있다. 박근혜의 무능력은 기초연금 공약을 예산상의 이유로 못 지키겠다고 말하면서 드러났다. 누리과정 공약도, 고교 무상교육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제왕적 대통령으로서 끼친 폐해보다 무능한 대통령으로서 끼친 폐해가 더 커 보인다.

예산은 대통령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하여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통치란 자신의 가치와 공약을 예산으로 편성해서 집행하는 행위를 말한다.(윤성식의 <예산론>) 예산 편성은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실제 작업은 관료들이 담당한다. 예산부서는 정부 조직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도 쪽지예산을 나눠주면서 관리하고 있다. 이른바 모피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대통령은 인사권을 매개로 예산부서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부서의 장은 대부분 예산부서 출신이다. 이들은 공통적인 가치와 문화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임명되기 전에는 복종을 맹세하지만, 임명받은 뒤에는 자신과 후배들의 뜻을 관철하려고 한다. 예산 담당 부서장이 “그 사업, 예산 없어서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한마디 하면 비전문가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문제를 가장 진지하게 고민했던 분이다. 어떻게 정치가인 대통령이 예산 전문가를 통제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뜻대로 예산을 편성해서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루스벨트 대통령이 찾은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였다. 그는 1939년 재무부 소속이던 예산실(BOB)을 백악관 소속으로 옮겼다. 위치도 백악관 바로 옆 건물에 입주시켰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하에 예산을 편성하여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다. 그 뒤 예산부서 이름은 바뀌었지만(OMB·관리예산국) 지금까지도 백악관 소속이다.

새 대통령은 예산부서를 청와대로 옮겨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는 예산을 편성하여야 한다. 특히 이번에는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재정지출 절약으로 찾아내야 한다. 각 부처의 예산 요구를 대통령이 직접 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급하게 실시되는 선거라 시민들의 요구를 공약집에 다 담아내지는 못하였다. 집권 후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교육과 복지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

조직 편제상으로 예산부서가 대통령 직속인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산부서 공무원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낭비되는 예산을 찾아내서 대통령 공약 실천에 사용할 수 있을까를 자나 깨나 고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공간적으로도 대통령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면서 대통령의 얼굴을 자주 보게 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 문제는 의회와 사법부 및 언론의 힘을 강화해서 견제해야지, 선출되지 않은 예산부서 관료들의 권력을 활용해서 견제하려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 기회에 감사권은 의회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당의 반대를 앞서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촛불로 당선된 대통령이 촛불의 뜻에 따라 예산편성 하려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면 다시 한번 촛불에 호소하면 된다.

새 대통령은 여러 번 보았다. 이번에는 성공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성공의 길은 하나뿐이다. 통치 능력이란 예산 능력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