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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5 19:12 수정 : 2017.06.15 21:03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났으나 내각이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국내외적으로 지난한 시기에 국정의 표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다. 엄격히 말하면 20대 국회는 해산하고 새 국회가 구성됐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민주주의 퇴행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 탓이다. 대의기구(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시민들이 촛불혁명이라는 직접 혁명으로 부패한 집권자를 퇴진시키고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세력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정권교체와 더불어 모처럼 신생의 기운이 보인다. 직장 없이 절망하던 청년들이 희망을 찾고 해외투자은행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가운데 새 대통령 취임 한달여 만에 코스피가 상승하는 등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2년여 후면 3·1 독립혁명을 계기로 임시정부가 수립된, 건국 100주년이 된다. 창업→수성→경장→쇠퇴라는 역사발전의 단계에서 볼 때 지금은 경장(개혁)의 시점이다. 임정 수립(창업)과 독립운동과 해방, 공산주의 극복, 민주화 투쟁, 산업화(수성)의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장기간의 군사독재와 그 아류 세력의 집권으로 경장을 못해 각종 적폐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지금 경장을 하지 못하면 조선 말기의 꼴이 된다. 시호에 바를 정(正)자를 쓸 정도였던 정조 임금이 개혁과 탕평을 했으나 제도화와 인적 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그의 사후 노론 벽파가 다시 집권하고, 망국으로 치닫게 된 것은 다 아는 ‘역사의 종말’이다. 지금 경장하지 않으면 곧 위기로 빠져들 만큼 적폐가 쌓여 있다. 하나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기득권 세력의 도전도 만만찮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 보이면 기득권 세력은 총공세에 나서고 실망한 민심이 돌아서면 노무현 정부 뒤의 이명박 집권 같은 사태가 재현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인재 등용 배제 5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야당에 빌미를 주었다. 이후라도 정부 인사에서 ‘배제 원칙’을 지켰으면 한다. 아울러 한국 사회 엘리트층의 능력과 도덕성이 일치되는 정의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대통령의 총기가 중요하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아첨배들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대통령궁은 노숙자들에게 주고 낡은 농가에 살면서 20년이 된 자동차로 만족한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의 청렴성, 죽을 때 옷 두 벌과 폐타이어로 만든 샌들 한 켤레를 남긴 베트남 민족지도자 호찌민의 청빈한 삶을 문 대통령이 보였으면 한다. 권력·돈·명예를 다 차지하려다 모두 놓친 지도자가 너무 많다. 하늘의 이치 ‘천분’(天分)을 알아야 한다.

남북관계는 정치권이 함께 풀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문제로 궁지에 몰리면 한반도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지난 4월에는 ‘선제타격론’까지 제기되었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고 북한이 방사포로 남한의 원전이라도 포격한다면 한반도는 복구 불능의 재앙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취임선서에서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는 카인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형제와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데이비드 톰슨) 더 이상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장에서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 따위의 단세포적인 질의를 버리고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땅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는 땅이기도 하다. 지금은 정파끼리 싸울 때가 아닌 경장의 시점이다. 문 대통령과 정치권의 역사적 책무가 크다. 정조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의 모자랐던 역할을 역사에서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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