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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5 20:49 수정 : 2017.07.05 21:46

은종복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 일꾼

오는 11월이면 책값 정책이 다시 바뀐다. 지금처럼 10% 할인에 5% 마일리지 제도를 그대로 할지, 아니면 ‘완전도서정가제’를 이룰지. 미국을 빼곤 대부분 나라들이 완전도서정가제를 하고 있다. 책은 다른 상품과 달라서 자유시장경쟁에 맡기면 동네책방도 문을 닫게 되고 작은 출판사들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완전도서정가제가 무너지고 책을 싸게 주는 인터넷서점이 생겼다. 대형서점들은 출판사에 몇 달 뒤에야 현금이 될 수 있는 어음으로 책값을 주었다. 인터넷서점들은 대형서점보다 싸게 받으면 바로 현금으로 책값을 주었다. 그렇게 싸게 받은 책으로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싸게 주었다. 사람들은 동네책방에서 책을 보고 인터넷서점에서 샀다. 점점 동네책방이 사라졌다. 지금 대학가 앞에 책방이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동네책방이 문을 닫으니 사람들은 더욱 인터넷서점이나 시내 대형서점에서 책을 샀다.

사람들은 지난날에는 책방에서 손으로 만지면서 책을 살까 말까 골랐는데 이제는 인터넷서점 화면이나 손전화기에서 알려주는 정보로 책을 산다. 출판사들은 인터넷서점 전자누리창에 책을 알리려고 돈을 냈다. 인터넷서점에 돈을 많이 내면 전자누리집 화면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서점 화면은 1천만원짜리 광고판이다. 동네책방이 씨가 마르고 인터넷서점이 공룡처럼 커졌다. 그러자 인터넷서점은 출판사에 책을 더 싸게 달라고 했고 그 말을 듣지 않으면 책을 팔아주지 않았다. 시내 대형서점도 그렇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인터넷서점은 큰 출판사에는 책값을 모두 주지 않고 외상으로 깔아놓는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어떤 출판사에는 1억원쯤 외상값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출판사들은 인터넷서점에 끌려다닌다. 그곳에서 책을 팔아주지 않으면 출판사를 끌어갈 수 없다. 그래서 작은 출판사들도 문을 닫았다. 인터넷서점에다 광고를 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내도 인터넷서점에서 팔리지 않거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도록 손전화기를 통해서 정보를 주지 않으면 아무도 책을 사지 않았다. 출판사나 서점을 하는 사람들은 손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그곳에 글을 올려서 사람들이 책을 제발 사달라고 온 마음을 모아 빌고 있다.

출판사들도 인터넷서점에 책을 싸게 주어야 하고 광고도 해야 하기에 힘들어졌다. 방법은 하나. 책값을 올렸다. 정가 1만원이면 될 책을 1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지 않았고,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은 바보가 되었다. 결국 사람들은 책을 싸게 산다고 인터넷서점을 이용했지만 책을 비싸게 사게 되었다. 동네책방이 없으니 책을 다양하게 볼 수도 없게 됐고,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동네에 대형 중고서점까지 들어서서 동네책방의 뿌리까지 뽑고 있다. 그곳에서는 새로 나온 책들도 버젓이 헌책으로 둔갑해서 팔리고 있다. 지난날에는 자신이 읽은 책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거나 동네 도서관이나 아름다운헌책방 같은 뜻있는 곳에 거저 주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형 중고서점에다 책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에 익숙하다. 보지 않는 책이 늘어나고 책장을 늘릴 수는 없고 먹고살기는 힘들어서 책을 돈을 받고 판다. 그런 책들이 다른 사람 손에 가서 살아가는 데 힘을 준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좋은 뜻이 동네책방을 사라지게 하고 읽던 책을 거저 주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던 세상은 점점 멀어진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으며 만들려고 했던 따뜻한 공동체 사회는 점점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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