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상기 법무장관이 새로이 취임했다. 새 법무장관은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검찰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위치에 있다. 박 법무장관은 취임사에서 “샘이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겠다”며 검찰개혁이 중도에 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명망 있는 형사법학자이자 사법개혁에도 관여한 경험이 있는 장관이기에 그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 박 법무장관의 개혁 의지를 지지하면서도 다른 한편 인식에 미진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박 법무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는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의 유지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는 찬성했지만 대체로 검찰의 권한 분산보다 권한 사용 주체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비대화된 검찰권의 분산에 있다. 검찰의 권한 남용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 영장청구권의 독점이라는 무소불위의 권한에 터 잡고 있다. 이러한 무소불위 검찰권이 권력과 결탁할 경우 정치검찰을 낳고 돈과 결탁할 경우 재벌 비호 검사를 낳는다. 권력과 돈이 검찰권과 결탁하는 이유는 그 권한이 너무 막강해서다. 현재의 검찰권은 얼마든지 진실을 왜곡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것이어서, 죄를 지은 사람도 처벌하지 않을 수 있고, 죄를 짓지 않은 사람도 기소해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권의 분산과 상호 견제 시스템의 마련에 있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조항이며 검사들을 보호하는 조항이자 전관비리의 원천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영장을 독점함으로써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은 시민들의 인권 보호를 운운한다. 인권을 거론할 자격을 잃어버린 검찰의 논리에 포위되는 것은 곤란하다. 한편 청와대는 국정과제 발표에서 올해 내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 애당초 대통령의 공약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이고 보충적인 수사권만을 보유함으로써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검찰의 직접수사 관련 기사가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이라는 잘 드는 칼의 유혹에서 벗어나겠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검찰의 칼춤은 시작된 듯하다. 검찰의 직접수사가 적폐청산의 도구로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면 검찰의 입지는 공고해지고 개혁의 동력은 떨어질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검찰이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되면서 검찰개혁이 물 건너가게 된 실패 사례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일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우선적 수사·기소권을 갖는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과제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본질적 대안은 아니다. 여기서 그칠 경우 기존 검찰의 권한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분리되지 않은 검찰권은 여전히 비대하여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시한은 앞으로 1년 남짓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스텝이 꼬인다.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거쳤고 똑같은 실패가 반복될까 두렵다. 검찰개혁의 ‘킹핀’은 검찰권의 분산에 있다. 형사소송법과 헌법 개정에 의한 검찰권 분산의 구체적 로드맵이 하루빨리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칼럼 |
[시론] 벌써부터 불안한 검찰개혁 / 서보학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상기 법무장관이 새로이 취임했다. 새 법무장관은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검찰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위치에 있다. 박 법무장관은 취임사에서 “샘이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겠다”며 검찰개혁이 중도에 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명망 있는 형사법학자이자 사법개혁에도 관여한 경험이 있는 장관이기에 그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 박 법무장관의 개혁 의지를 지지하면서도 다른 한편 인식에 미진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박 법무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는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의 유지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는 찬성했지만 대체로 검찰의 권한 분산보다 권한 사용 주체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비대화된 검찰권의 분산에 있다. 검찰의 권한 남용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 영장청구권의 독점이라는 무소불위의 권한에 터 잡고 있다. 이러한 무소불위 검찰권이 권력과 결탁할 경우 정치검찰을 낳고 돈과 결탁할 경우 재벌 비호 검사를 낳는다. 권력과 돈이 검찰권과 결탁하는 이유는 그 권한이 너무 막강해서다. 현재의 검찰권은 얼마든지 진실을 왜곡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것이어서, 죄를 지은 사람도 처벌하지 않을 수 있고, 죄를 짓지 않은 사람도 기소해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권의 분산과 상호 견제 시스템의 마련에 있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조항이며 검사들을 보호하는 조항이자 전관비리의 원천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영장을 독점함으로써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은 시민들의 인권 보호를 운운한다. 인권을 거론할 자격을 잃어버린 검찰의 논리에 포위되는 것은 곤란하다. 한편 청와대는 국정과제 발표에서 올해 내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 애당초 대통령의 공약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이고 보충적인 수사권만을 보유함으로써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검찰의 직접수사 관련 기사가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이라는 잘 드는 칼의 유혹에서 벗어나겠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검찰의 칼춤은 시작된 듯하다. 검찰의 직접수사가 적폐청산의 도구로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면 검찰의 입지는 공고해지고 개혁의 동력은 떨어질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검찰이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되면서 검찰개혁이 물 건너가게 된 실패 사례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일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우선적 수사·기소권을 갖는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과제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본질적 대안은 아니다. 여기서 그칠 경우 기존 검찰의 권한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분리되지 않은 검찰권은 여전히 비대하여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시한은 앞으로 1년 남짓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스텝이 꼬인다.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거쳤고 똑같은 실패가 반복될까 두렵다. 검찰개혁의 ‘킹핀’은 검찰권의 분산에 있다. 형사소송법과 헌법 개정에 의한 검찰권 분산의 구체적 로드맵이 하루빨리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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