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교수·가정의학 전문의 자유한국당이 담배 가격을 4500원에서 2500원으로 내리겠다는 법안을 발의하고 저소득층 흡연자를 위해 싼 담배를 생산하겠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담뱃세를 2000원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공약(空約)이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법안까지 제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담뱃값을 올렸다는 주장을 하던 국회의원들이 아직 건재한데, 정권을 빼앗기고 난 후에는 같은 입으로 서민의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담뱃세를 내리겠다는 뻔뻔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정치적 신념에 반해서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을 찬성한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비윤리적인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담뱃값을 내리면 국민 전체의 담배 소비가 증가하며, 특히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담배 소비가 더 많이 증가한다. 2014년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판매량은 2014년 43억5천만 갑에서 2016년에는 36억6천만 갑으로 연 6억9천만 갑(15.9%) 감소했으며, 그 추세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애초 예상치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엄청난 성취임에 틀림없다. 담뱃값을 2000원 인하하면 담배 소비는 담뱃값 인상 이전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건강수준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담배 소비가 100만 개비 증가하면 1명이 더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으니 담뱃값 원상회복은 매년 1380명의 추가 사망을 초래할 것이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의 사회계층 간 불평등을 줄인다. 2014년 소득 하위 4분위의 흡연율은 27.5%였는데, 담뱃값 인상 이후인 2015년에는 24.5%로 3%포인트가 감소하였다. 이에 반해 소득 상위 4분위의 흡연율은 같은 기간 동안 19.8%에서 19.6%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4년 담뱃값 인상으로 소득수준 간 흡연율 차이가 2014년의 7.7%포인트에서 2015년에 4.9%포인트로 줄어든 것이다. 담뱃값을 인하하면 저소득층의 흡연이 더 많이 증가할 것이며, 결국 사망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담뱃세 인상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조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181개국이 비준한 국제조약으로 우리나라도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있다. 이 협약 제6조와 가이드라인은 담배 소비 감소를 위해 담뱃세를 지속적으로 인상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담뱃세 인하는 이 조약을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을 사는 일이다. 2005년 이 협약 시행 이후 담뱃세를 인하한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담뱃세 인하 논란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담집에서 담뱃세 인하를 언급한 바 있고, 민주당은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이를 서민증세로 규정해 반대한 바 있다. 담뱃세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담배 규제정책 논의가 매우 퇴행적이라는 걸 보여주지만, 이 기회에 담뱃세에 대해 정치권이 입장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건강수준을 높이고, 건강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흡연율 감소가 필수적이며, 흡연율을 낮추려면 지속적인 담뱃세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는 상식에 속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담뱃세 인상의 효과를 왜곡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담뱃세 인하는 서민을 위하는 정책이 아니라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다. 담뱃세 인상을 포함한 담배 규제정책은 정파적인 이해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은 담뱃세 인하 법안을 철회하고, 민주당도 담뱃세 인하를 세수 감소 차원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칼럼 |
[시론] 담뱃세를 원상회복하자고? / 조홍준 |
울산의대 교수·가정의학 전문의 자유한국당이 담배 가격을 4500원에서 2500원으로 내리겠다는 법안을 발의하고 저소득층 흡연자를 위해 싼 담배를 생산하겠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담뱃세를 2000원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공약(空約)이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법안까지 제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담뱃값을 올렸다는 주장을 하던 국회의원들이 아직 건재한데, 정권을 빼앗기고 난 후에는 같은 입으로 서민의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담뱃세를 내리겠다는 뻔뻔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정치적 신념에 반해서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을 찬성한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비윤리적인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담뱃값을 내리면 국민 전체의 담배 소비가 증가하며, 특히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담배 소비가 더 많이 증가한다. 2014년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판매량은 2014년 43억5천만 갑에서 2016년에는 36억6천만 갑으로 연 6억9천만 갑(15.9%) 감소했으며, 그 추세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애초 예상치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엄청난 성취임에 틀림없다. 담뱃값을 2000원 인하하면 담배 소비는 담뱃값 인상 이전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건강수준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담배 소비가 100만 개비 증가하면 1명이 더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으니 담뱃값 원상회복은 매년 1380명의 추가 사망을 초래할 것이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의 사회계층 간 불평등을 줄인다. 2014년 소득 하위 4분위의 흡연율은 27.5%였는데, 담뱃값 인상 이후인 2015년에는 24.5%로 3%포인트가 감소하였다. 이에 반해 소득 상위 4분위의 흡연율은 같은 기간 동안 19.8%에서 19.6%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4년 담뱃값 인상으로 소득수준 간 흡연율 차이가 2014년의 7.7%포인트에서 2015년에 4.9%포인트로 줄어든 것이다. 담뱃값을 인하하면 저소득층의 흡연이 더 많이 증가할 것이며, 결국 사망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담뱃세 인상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조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181개국이 비준한 국제조약으로 우리나라도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있다. 이 협약 제6조와 가이드라인은 담배 소비 감소를 위해 담뱃세를 지속적으로 인상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담뱃세 인하는 이 조약을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을 사는 일이다. 2005년 이 협약 시행 이후 담뱃세를 인하한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담뱃세 인하 논란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담집에서 담뱃세 인하를 언급한 바 있고, 민주당은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이를 서민증세로 규정해 반대한 바 있다. 담뱃세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담배 규제정책 논의가 매우 퇴행적이라는 걸 보여주지만, 이 기회에 담뱃세에 대해 정치권이 입장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건강수준을 높이고, 건강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흡연율 감소가 필수적이며, 흡연율을 낮추려면 지속적인 담뱃세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는 상식에 속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담뱃세 인상의 효과를 왜곡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담뱃세 인하는 서민을 위하는 정책이 아니라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다. 담뱃세 인상을 포함한 담배 규제정책은 정파적인 이해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은 담뱃세 인하 법안을 철회하고, 민주당도 담뱃세 인하를 세수 감소 차원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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