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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05 18:21 수정 : 2018.03.05 19:04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여성들은 이미 달라졌다. 여성들은 ‘#MeToo’(미투)로 성폭력 피해 경험을 드러내고 있지만, 피해자의 위치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말하기의 용기가 두려움을 앞서고 있으며, 말하기를 넘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지도 단단하다. 자발적으로 모이고 대책을 논의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분야를 넘어 연대하고 있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달라진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지난 3월4일 광화문광장에서 울려 퍼진 여성선언은 이러한 여성들의 변화를 담아낸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가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주최한 한국여성대회는 각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 말하기와 지지하기를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요구로 모아낸 축제의 공간이자 연대의 장이었다. 다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샤우팅, 거리행진, 기념식, 시민 난장을 함께 만들어냈다. 미투에 대한 ‘#WithYou’(위드유)의 응답이다.

학생, 교수, 공무원, 문화예술계, 성소수자 등 다양한 당사자들의 말하기가 이어진 샤우팅은 발언자와 청중, 피해자와 지지자의 구분이 무의미한 자리였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우리 모두의 것이며 모두의 책임임을 확인했다. 더 이상의 야만은 용납될 수 없으며 우리가 함께 바꿔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110여년 전 뉴욕의 거리에서 참정권과 인간다운 노동을 요구했던 여성들의 행진은 광화문 거리로 이어져 성폭력 근절, 성평등 개헌, 낙태죄 폐지, 여성대표성 확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의 함성으로 울려 퍼졌다. 촛불광장의 주체답게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 바닥에 앉아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가능하게 했던 남성 중심 사회구조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성평등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변화의 시작에서 결국은 “달라진 우리가 승리할 것”임을 한목소리로 선언했다.

성평등의 이름으로 광장에 모인 이들의 화두는 미투의 공감과 지지를 넘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였다. 미투는 성폭력을 가능하게 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와 인식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준다. 이 구조와 인식을 바꿔내지 않는 한 성폭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일터에서, 공적 영역에서 그리고 의식에서, 제도에서, 관행에서 문화, 구조에 이르기까지 남성 중심의 질서를 깨지 않는 한, 몇몇 영역에서 여성들이 보여주고 있는 약진은 개인 영웅담에 그치고 성평등의 알리바이가 될 뿐이다.

성차별, 성별 권력관계의 불평등, 성폭력은 인과관계로 서로 엮여 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 국가 규범과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근본규범인 헌법의 개정에서 성평등, 모든 영역에서의 남녀의 동등한 대표성 보장을 명기해야 한다. ‘실현가능한 개헌’ 운운으로 성평등을 넣자 빼자 할 일이 아니다. 미투 해결책을 여성가족부의 책임만으로 축소해서 될 일도 아니다.

여성대회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축사를 보내온 대통령은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성평등과 여성인권이 실현되는 사회, 모두가 존엄한 사회로 나가자고 이끌고 있다”며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사회 곳곳에서 실질적 성평등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주권자 여성들이 성평등한 민주주의를 향한 진보를 압박하며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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