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 지난 3월28일, 해고자 8명이 복직을 했다. 복직은 축하받을 일이다. 10년 투쟁과 기다림의 결과다. 그런데 마음껏 축하를 주고받을 수 없었다. 여전히 120명이 남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2015년 약속한 ‘2017년 상반기까지 전원복직 합의’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기약조차 해주지 않았다.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끝장단식에 들어간 쌍용차 지부와 남은 해고노동자 130명을 상대로 면접을 통해 8명만 복직시키겠다고 일방통보했고, ‘기한 없는 단계적 복직’을 성과라며 보도자료로도 알렸다. 2015년 말 합의 이후 나온 단계적 복직안은 결국 150명 전원이 아니라 회사가 때마다 복직 숫자를 정해놓고 면접을 통해 복직시키겠다는 말이었다. 모두가 한 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만큼, 당시 지부도 고민이 컸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달리 길이 없으니 약속을 믿고 1년만 더 기다려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제안한 방식은 결국 ‘의자놀이’였다. 회사는 공장으로 돌아갈 우선순위를 지부에서 정하라고 했다. 절박하지 않은 해고노동자는 없다. 우선순위를 논의해야 할 집행부 역시 해고노동자이기에 절박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럼에도 선택을 해야 했다. 조금 빠르고 늦는 순서의 차이일 뿐, 결국 기한 내 모두 공장으로 돌아가는 ‘함께 사는 길’이라 믿어야 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가장 늦게 들어가겠다고 선언하고 순위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의 고통을 안았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다가 아니었다. 회사는 우선순위 내에서 한정된 숫자만큼만 면접을 통해 복직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의자놀이는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독이 됐다. 기다림에 결국 29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지부는 합의 기간 벌어진 ‘의자놀이’의 고통을 밖으로 꺼내놓지도 못했다. 회사의 면접 대상 순위에 들지 못한 해고자의 고통, 면접 대상이 됐으나 탈락한 사람들의 고통, 희생자의 숫자가 ‘29’로 바뀌었을 때 지부가 느껴야 했을 무력감을 회사는 모른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회사는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지부장이 단식을 하는 동안에도 ‘의자놀이’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 8명이 합격한 면접에서 떨어진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은 결국 당사자와 지부의 몫이 됐다. 노조가 인도 원정을 통해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문을 두드려 어렵게 연 실무교섭이 김득중 지부장 단식 전 마지막 교섭 자리였다. 회사는 “인건비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복직방안을 내놓으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꺼내놨다. 사실상 남은 인원에 대한 복직방안이 없다는 거다. 피 말리는 32일의 단식 기간을 보냈음에도 회사는 끝내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쌍용차 문제는 그래도 해결된 거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꽤 있다는 걸 안다. 지난 10년 동안 단식과 고공농성, 행진과 원정투쟁… 안 해본 것 없이 모두 했지만 아직 쌍용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산 자와 죽은 자를 나눠 어제의 동료끼리 폭력을 행사해야만 했던 비극의 시간으로부터 여전히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그 의자놀이가 해고자를 상대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절박한 해고자들을 늘어놓고 선별하는 일, 그 잔인한 과정을 더는 반복할 수 없다. 다시 지부가 해고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떠안는 방식은 안 된다. 전원복직 방안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회사가 내놓아야 한다. 그게 책임이다. 120명의 해고자가 남았다. 정말 10년이다. 회사는 더 이상 ‘기약 없는 기다림’도, ‘의자놀이’도 해고노동자들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칼럼 |
[시론] 쌍용차는 의자놀이 중단하고 합의 이행해야 / 김정욱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 지난 3월28일, 해고자 8명이 복직을 했다. 복직은 축하받을 일이다. 10년 투쟁과 기다림의 결과다. 그런데 마음껏 축하를 주고받을 수 없었다. 여전히 120명이 남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2015년 약속한 ‘2017년 상반기까지 전원복직 합의’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기약조차 해주지 않았다.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끝장단식에 들어간 쌍용차 지부와 남은 해고노동자 130명을 상대로 면접을 통해 8명만 복직시키겠다고 일방통보했고, ‘기한 없는 단계적 복직’을 성과라며 보도자료로도 알렸다. 2015년 말 합의 이후 나온 단계적 복직안은 결국 150명 전원이 아니라 회사가 때마다 복직 숫자를 정해놓고 면접을 통해 복직시키겠다는 말이었다. 모두가 한 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만큼, 당시 지부도 고민이 컸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달리 길이 없으니 약속을 믿고 1년만 더 기다려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제안한 방식은 결국 ‘의자놀이’였다. 회사는 공장으로 돌아갈 우선순위를 지부에서 정하라고 했다. 절박하지 않은 해고노동자는 없다. 우선순위를 논의해야 할 집행부 역시 해고노동자이기에 절박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럼에도 선택을 해야 했다. 조금 빠르고 늦는 순서의 차이일 뿐, 결국 기한 내 모두 공장으로 돌아가는 ‘함께 사는 길’이라 믿어야 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가장 늦게 들어가겠다고 선언하고 순위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의 고통을 안았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다가 아니었다. 회사는 우선순위 내에서 한정된 숫자만큼만 면접을 통해 복직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의자놀이는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독이 됐다. 기다림에 결국 29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지부는 합의 기간 벌어진 ‘의자놀이’의 고통을 밖으로 꺼내놓지도 못했다. 회사의 면접 대상 순위에 들지 못한 해고자의 고통, 면접 대상이 됐으나 탈락한 사람들의 고통, 희생자의 숫자가 ‘29’로 바뀌었을 때 지부가 느껴야 했을 무력감을 회사는 모른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회사는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지부장이 단식을 하는 동안에도 ‘의자놀이’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 8명이 합격한 면접에서 떨어진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은 결국 당사자와 지부의 몫이 됐다. 노조가 인도 원정을 통해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문을 두드려 어렵게 연 실무교섭이 김득중 지부장 단식 전 마지막 교섭 자리였다. 회사는 “인건비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복직방안을 내놓으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꺼내놨다. 사실상 남은 인원에 대한 복직방안이 없다는 거다. 피 말리는 32일의 단식 기간을 보냈음에도 회사는 끝내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쌍용차 문제는 그래도 해결된 거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꽤 있다는 걸 안다. 지난 10년 동안 단식과 고공농성, 행진과 원정투쟁… 안 해본 것 없이 모두 했지만 아직 쌍용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산 자와 죽은 자를 나눠 어제의 동료끼리 폭력을 행사해야만 했던 비극의 시간으로부터 여전히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그 의자놀이가 해고자를 상대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절박한 해고자들을 늘어놓고 선별하는 일, 그 잔인한 과정을 더는 반복할 수 없다. 다시 지부가 해고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떠안는 방식은 안 된다. 전원복직 방안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회사가 내놓아야 한다. 그게 책임이다. 120명의 해고자가 남았다. 정말 10년이다. 회사는 더 이상 ‘기약 없는 기다림’도, ‘의자놀이’도 해고노동자들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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