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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6 18:38 수정 : 2018.04.16 19:09

우석훈
경제학자

오는 6월 촛불집회 이후 처음 지방선거가 열린다. 거대한 흐름 이후, 과연 우리에게 변화가 생겼을까? 지금까지 지방선거는 토건의 향연장이었다. 간선도로, 광역철도, 다리, 여야 상관없이 토건과 더 큰 토건이 맞붙었다. 그리고 결국 복지와 문화에 들어갈 돈을 토건이 빨아갔다.

전북에서는 노태우 이후로 변함없는 숙원사업이었던 새만금에 신공항을 본격 추진한다. 광주에서는 5·18을 기념하여 518미터짜리 초대형 타워를 신설한다고 한다. 광역 단위로 주요한 것만 그렇고, 기초 단위의 토건도 이제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미 서울시장 후보에서 사퇴한 정봉주는 출마의 변으로 서울 주요 간선도로의 지하화를 제시한 적이 있다. 이미 주택 시장의 제일 큰 변수는 지하화다.

서울의 광화문 광장 계획도 나왔다. 촛불집회를 기념하는 광장으로 조성하기 위해서 한쪽 도로를 치우고 광장을 더 넓힌다. 이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왕복 10차로를 6차로로 줄이게 된다. 그렇지만 이건 정직하지 못한 홍보 방식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오세훈이 추진하려고 했던 도심 지역의 ‘도로 다이어트’다. 그때는 명분이 자전거 도로였다. 자전거 도로 확보가 지금은 촛불집회 기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오세훈 때부터 각종 명분으로 도심의 도로를 줄이고 지하도시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이미 지상에 도로는 지을 만큼 지었으니, 지하로 빼고 지상은 조경에 신경 쓰자, 이런 논리다. 무한 토건의 논리다. 일본은 신주쿠에서 하네다 공항까지, 지하 간선도로를 만들었다. 토건 공무원들은 이게 한국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미 강남은 주요 지점의 지하도시화가 결정되었다. 강북도 그렇게 하자는 거다. 지금 별문제가 없는데, 굳이 손을 대려 하는가? 토건의 작동방식이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지점에 병목이 생기면 결국 교통대란이 일어난다. 순환도로가 별로 없이 도심을 통과하게 설계된 서울의 특징이다. 서울시는 약간의 속도 감속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보다 심각할 수 있다. 결국 상습적 교통 체증으로, 여론은 빠르게 지하도시 쪽으로 갈 수 있다. 그사이에 미세먼지 대란도 벌어질 것이다. 정체가 늘면 당연히 미세먼지도 늘어난다. 약간의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얼마 전에 긴급 행정조치를 취한 서울에서 이런 토건판을 벌이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한다고 해도, 미세먼지 위기 국면은 지나고 하는 게 낫다. 그리고 이런 조치로 서울의 도심 교통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출퇴근 현상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탁상행정일 수 있다.

촛불집회 기념은 명분이고, 더 큰 대규모 토건 사업의 1단계 사업으로 보인다. 원래 이 지역의 도시복원은 청계천 발원지 복원이 기본안이었다. 그런 건 싹 없어지고 느닷없이 지하도시의 1단계인 광장 개편안이 나온 것이다. 단체장의 임기는 영원하지 않다. 4년 후, 8년 후, 결국 다시 광장은 새로운 시장의 입맛에 맞게 재조성되고, 결국 도심은 지하도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승리한 것 같지만, 결국에는 토건이 최종 승자가 된다. 민주화는 명분, 실체는 토건, 이건 아니다.

촛불집회,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원했던 것 같다. 시장이나 도지사의 당선과 치적을 위해서 촛불 기념, 민주화 기념, 이런 껍데기를 달고 토건이 복귀하는 것은 시대정신이 아니다. 간곡하게, 토건 정책 재검토를 부탁드린다. 남이 하면 토건, 내가 하면 민주화 기념, 이렇지 않다. 촛불집회 이후 숨죽이던 토건이 지방선거와 함께 대대적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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