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20.01.14 18:10 수정 : 2020.01.15 10:49

김소연 ㅣ 통일외교팀 기자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주목받는 일본 정치인이 있다. 창당한 지 9개월 된 일본의 신생 정당 ‘레이와 신센구미’의 야마모토 다로 대표다. 레이와 신센구미는 레이와 시대(일본의 연호)를 새롭게 이끌어갈 조직이란 뜻이다.

당대표인 야마모토는 원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본 참의원 비례대표 투표는 당과 개인에 각각 투표한 뒤 합산하는 방식인데, 야마모토는 지난해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전체 후보자 중 최다 득표를 했지만 비례대표 3번을 선택해 떨어졌다. 레이와 신센구미는 전략적으로 비례 1, 2번을 중증장애인으로 배치했고 이들이 당선됐다. 선거가 끝나고 그가 선택한 것은 ‘길거리 질의응답’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선거철 반짝 거리 연설을 하는 데 반해, 그는 선거가 끝난 뒤 더욱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나섰다. 홋카이도, 규슈, 오키나와,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전국을 돌았다.

이유가 있다. 그는 올해 46살(1974년생)로 15살 때부터 연예인 생활을 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계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다. 원전의 위험성을 은폐한 일본 정부를 비판했을 뿐인데, 그 뒤 드라마 출연이 취소되고 연예기획사에서도 쫓겨났다. 그는 연예인을 할 수 없게 되자, 원전 반대 운동을 하며 1년 반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사람들을 만나며 원전 문제뿐만 아니라 빈곤, 비정규직, 장애인 등 일본의 절망적 상황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런 지옥이 펼쳐져 있는지 몰랐다. 나는 이런 문제에 목소리를 높인 적도 없고 행동한 적도 없었다. 무관심한 내가 이 지옥 같은 세상을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내는 월간지 <저널리즘>과의 최근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현장에서 일본의 모습을 생생히 봤고, 정치를 시작했다. 2013년 참의원 선거 당시 도쿄 선거구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늘 현장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야마모토의 전국투어 영상 중 ‘눈물의 연설’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말하는 세상, 당신은 집에서 쓸모가 있는지 회사에서 쓸모가 있는지 사회에서 쓸모가 있는지 하는 분위기 속에서 모두 지쳤다. 1년에 2만명이 자살을 한다. 죽고 싶은 세상을 멈추고 싶다. 이 나라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은 누구? 여러분이다. 같이 해보자.” 야마모토는 이 말을 하면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연설뿐만 아니라 야마모토가 들고 다니는 슬라이드 5만장에는 노동, 경제, 재정, 교육 등 그가 하고 싶은 정책들이 담겼다. 그리고 현장에서 유권자를 만나며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전국투어 영상을 종종 보는데, 지금은 야마모토보다 현장에서의 반응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웬만하면 자신의 의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질문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야마모토는 언제나 국민이라는 단어 말고,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이유가 있나?” “중학생이다. 지금 일본의 교육제도는 심각하다. 교육 공약을 듣고 싶다.” “일본이 일-미 관계에서 자주독립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데 있어 방위,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9살이다. 지구온난화가 인간이 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임계점에 닿은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은 야마모토와 새로운 일본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본 사회가 새롭게 바뀐다면, 한-일 사이의 역사 문제도 미래지향적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일본 사회가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를 국익이 아닌 인류 보편적인 인권 문제로 바라보게 되는 건 그저 꿈일까? 야마모토에게 질문하는 일본인을 보며 작은 희망을 갖는다. 아직 일본 사회는 야마모토의 정치를 ‘쇼’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쇼’라면 계속돼도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응원한다. 간바레(힘내라)! 야마모토 다로!

dandy@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겨레 프리즘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