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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31 19:13 수정 : 2006.04.15 21:50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된 오스트레일리아 마약 범죄자들의 처벌 여부를 두고 두 나라 여론이 극단으로 맞서고 있다.

미용학교 학생인 샤펠 콜비(27)는 지난해 10월 서핑용 가방에 마리화나 4.1㎏을 지니고 입국하다가 발리 공항에서 체포돼 지난 27일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나 몰래 누군가가 가방에 마약을 숨겨 넣은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지난 4월에는 여성 한명을 포함한 오스트레일리아인 조직 마약범 9명(이른바 ‘발리 나인’)이 헤로인 8.65㎏을 밀반출하려다 발리에서 체포됐다. 이들에겐 사형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언론들은 콜비가 무죄라는 의견이 90% 이상이라는 여론조사를 앞세워 감형 여론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오스트레일리아 정치인들까지 가세하자 인도네시아 쪽도 발끈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런 여론에는 부패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법체계에 대한 경멸감이 깔려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언론은 범죄조직의 희생양에 불과한 콜비에게 20년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총살형이 확실시되는 ‘발리 나인’사건과 관련해서도 “야만적인 사형 제도” 운운하며 우회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백호주의자로 알려진 폴린 한손 같은 정치인들은 “인도네시아 근처에도 가지 말라”며 떠들고 있다. 마침내 존 하워드 총리 등이 나서서 “인도네시아의 이번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할 정도다.

이에 맞서 인도네시아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영문 일간지 <자카르타포스트>의 엔디 바유니 편집장은 기명칼럼을 통해 “오스트레일리아 언론이 이 사건을 선정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001년 12월에 한 멕시코 여성이 15㎏의 마리화나를 밀반입하다 체포됐을 때 단지 7년형만 선고받았던 사례와 비교할 때, 콜비의 20년 형량은 무거운 편이다. 이런 판결에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사형이냐 아니냐의 갈림길’이라며 선정적인 보도로 일관했던 오스트레일리아 언론과 이에 자극된 오스트레일리아 여론에 대한 인도네시아 쪽의 반발심리가 깔려 있다는 의견이 많다.

오스트레일리아 여론이 인도네시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콜비 사건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자카르타/김정호 통신원 amdg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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