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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5 20:03 수정 : 2006.04.15 21:48

“특유의 자의식·남녀 동료의식이 비결”

올 가을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에서 사상 첫 여성총리의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50·사진) 기민련 당수가 총리 후보로 지명된 직후 독일 주간지 〈경제주간〉은 ‘메르켈 특집’을 통해 그의 권력에 대한 강한 집념과 이를 달성한 뛰어난 관철능력을 평가했다. 〈슈피겔〉도 한때 조롱당하고 과소평가됐던 메르켈이 개인적인 인내와 정치적 우연에 의해 총리 후보가 됐다고 평했다.

독일정치의 변화의 바람 속에 그의 총리 가능성은 굳어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민련과 기사련의 보수연합은 현재 총선이 실시된다면 47~48%의 지지로 압승이 확실하고, 유권자의 74%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성별에 관계 없이 투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은 전통적 여성상을 선호하는 보수당 기민련의 여성상에 어울리는 여성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남성들 세계의 법칙인 가차없는 결단력에 따라 행동하는 ‘마초 세계의 법칙’에 따라 보수적 남성들 사이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서독 여성운동의 대모로 알려진 알리스 슈바르츠는 “메르켈은 여성으로서 정치하는 것이 아니며, 여성의 권리를 위해 활동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메르켈의 이런 특성은 그가 남녀평등이 당연시되고, 자의식 강한 여성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던 옛 동독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독일 일간지 〈쥐드도이치차이퉁〉의 칼럼니스트 옌스 비스키는 동·서독 여성을 비교해 “서독여성의 눈에 비친 동독여성은 자립적이긴 하지만, 여성주의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썼다. 서독여성에게는 직장내 성희롱, 성차별로 받아들여질 일이 동독여성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서독의 여성주의자들은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힘든 투쟁의 과정을 겪은 결과, 남성을 ‘가해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옛 동독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비교적 남녀가 평등한 조건에 있었던 동독여성은 남성을 ‘적’이 아닌 ‘동료’로 인식한다. 서독 여성운동 초기에 화두였던 낙태문제도 동독여성에게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동독에선 이미 법적으로 낙태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또 요리사, 판매원, 방직노동자 등의 평범한 동독여성들도 서독에서는 보통 높은 자리에 있는 여성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높은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 통독 전 세계 최고의 여성고용비율을 보였던 동독 출신 여성들은 통일 이후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특유의 자립심과 생활력으로 다시 일어서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이들이 많다.


그러면 동독여성의 눈에 비친 서독여성은 어떨까? 베를린에 사는 동독 출신 출판사 직원 클라우디아 톱(30)은 출세를 지향하는 서독 여성들은 주위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동료들을 경쟁자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독여성들이 남성지배 직업구조에서 생존하기 위해 오랫동안 습득한 전략일 것이다.

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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