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촌 철수 주민반발에
“분열·불복종 용납 못해” 중동의 복잡한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민감한 시기에 역시 민감한 인물이 지난 1일 이스라엘군 18대 참모총장으로 취임했다. 육군 우위의 이스라엘군에서 공군 출신으로서 사상 처음 참모총장이 된 단 할루츠(57·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취임식이 열린 참모본부 앞에서 “날개에 피묻힌 참모총장”등의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할루츠는 2000년부터 4년간 공군사령관으로 재직할 때 전투기를 동원한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지도자를 암살하는 이른바 ‘표적 암살’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2002년 7월 하마스 지도자를 암살하기 위해 이스라엘 전투기가 주택가에 1톤의 폭탄을 떨어뜨린 작전을 지휘해 하마스 지도자와 함께 민간인 14명을 죽음으로 내몬 게 대표적이다. 당시 희생자의 절반이 넘는 9명이 어린이였을 만큼 작전은 끔찍했다. 인권단체가 이를 비난하자 그는 “군사적으로 도덕적으로 타당한 공격이었다”며 “작전 이후에 잘 잤다”고 응수했다. 이런 전력은 그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암시한다. 할루츠가 참모총장에 임명된 데는 전임 모세 야알론 총장이 가자지구 철수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샤론 총리의 불만을 산 것도 한몫을 했다. 야알론 전 총장은 “가자지구 철수 뒤 가자지구에서부터 제2차 테러와의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샤론 총리의 가자지구 철수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할루츠는 이스라엘 극우파와 정착촌 주민들의 가자지구 철수 반대 시위에 곧바로 부닥쳤다. 이들은 지난 4일 저녁에도 정부청사와 고속도로를 막는 시위를 벌였다. 할루츠는 취임 연설에서 “어떤 분열과 명령 불복종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철수임무 완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정착민들과 충돌한 적이 없는 이스라엘군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정착민들에게 무력을 사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할루츠의 기용을 이란 공습 계획과 연관지어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이란 핵시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이란 핵시설을 ‘예방 선제공격’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공군의 장거리폭격 훈련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전을 폭격했다. 이란 선제공격론자인 모파즈 국방장관이 같은 공군출신이자 이란계 유대인인 할루츠를 참모총장에 기용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할루츠는 취임식에서 “이스라엘군은 어떠한 임무도 완수할 채비가 되어 있다”고 화답했다. 예루살렘/박은성 통신원 mephisg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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