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0 18:38
수정 : 2006.04.15 21:45
대만 야당 “군비경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대만의 16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미제 무기 구입이 몇년째 지연되면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이를 둘러싼 대만 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천수이벤 대만 총통은 8일 카오슝 군기지 시찰을 하면서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2300만 대만 국민들과 후손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방위 능력을 증강해야 한다”며 야당이 장악하고 있는 입법원의 무기 구매특별예산 통과를 촉구했다. 첸 총통의 이번 발언은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 회의’에 참석해 중국이 공식적 발표보다 훨씬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대만을 향해 수많은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고 위협한 뒤 나온 것이다.
지난달 23일 리제 대만 국방부장은 “미국 정부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특별예산 통과가 지연될 경우 무기 판매를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해 왔다”며 액수를 줄여서라도 제때에 통과시켜줄 것을 호소했다. 바로 직전에는 헨리 하이드 미 하원국제관계위원장 등 미 하원의원 33명이 특별예산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는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롄잔 주석에게 편지를 보내 예산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당의 리원 대변인은 “국민당은 군비 구매를 반대하지 않지만 멍청이 구매는 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대응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만의 구입대상 미제 무기는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대만관계법’에 따라 승인한 △요격 미사일체제인 패트리어트미사일(PAC-3) 6개 포대와 △대잠초계기 P-3C 12기 △디젤 잠수함 8척 등이다.
대만 국방부는 2003년 8월 무기 구매를 위한 특별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애초부터 7000억 대만달러(193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 때문에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무기구매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을 물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총통 선거 후유증으로 사실상 정국이 마비됐던 지난해 6월 6108억 대만달러(152억달러)의 특별예산안을 재상정했고, 야당의 반대로 통과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형편이다.
국민당과 친민당 등 야당은 “방대한 무기 구입과 이로 인해 야기될 중국과의 군비경쟁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라며 “결코 대만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야당들은 또 “민진당과 부시 행정부간의 담합의 산물”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어 무기 구매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힘들게 되어 있다. 여기에는 양안관계를 보는 대만 여야간의 시각 차이도 맞물려 있다.
대만의 무기구매 문제가 꼬이자 부시 행정부는 대만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잇달아 내놓은 중국군사력 평가보고서를 통해 △대만을 향한 난징군의 단거리미사일 배치 증강 △대만해협 유사시를 대비한 신속 기동부대의 배치 △공격형잠수함의 도입에 따른 해군력 증강 △미군기와 순항미사일, 정밀유도탄 대처를 고려한 훈련강화 등을 강조하며 대만의 군사력증강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의 균형자론에 대해 미군 철수론을 거론해 논란을 빚은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은 “무기 구매 특별예산안의 입법원 통과여부는 대만이 미국을 우방으로 보는지 부채로 여기는지를 가늠할 것”이라며 위협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의 군사전문가인 데이비드 시라파크는 지난 2일 대만 정치대 대만연구센터와 함께 개최한 ‘대만의 안보와 도전’ 세미나에서 “자기 방어의 결심이 사라진다면 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미국은 대만의 미제 무기 구매안 통과를 자기 방어의 결심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쪽의 시각을 대변했다. 타이베이/양태근 통신원
coolyt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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